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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통영하면 충무김밥이나 회보다 오미사 꿀빵이 먼저 떠오른다 어렸을 때 달에 한 번 일요일이면 여섯시에 아빠가 나를 깨웠다 차로 세 시간이나 걸리는 통영까지 이 오미사 꿀빵 하나를 사러 꼭두새벽에 길을 나섰다 통영에 여행으로 뭐 1박을 하러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이거 하나 먹으러 당일치기로 갔다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기기도 하지만 당시 우리 가족에겐 상당히 중대하고 진지한 미션이었다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당시 인기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오전 9시 10시면 품절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마지막으로 남은 수량을 아슬아슬하게 획득하곤 했다 아빠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분량을 겟해오면 잠이 그득한 눈을 겨우 뜬 채 찝찔한 바닷바람 맞으며 말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 기름진 따끈한 꿀빵을 아침으로 먹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꿀빵은 사실 별 거 없다 크기가 잘은 생도넛을 꿀시럽에 푹 담갔다 빼고 깨를 솔솔 뿌린다 생도넛이니 안엔 팥앙금이 들었다 생긴 것 그대로의 정직한 맛이다 한 입 깨물면 이에 들큰한 게 정신없이 끈적이며 들러붙는다 이가 도넛 표면에 닿으면 뜨끈한 기름이 육즙처럼 튀고 마침내 부드러운 팥앙금을 가르며 윗니 아랫니가 맞닿는다 그 첫 입이 참 맛있다 다 식은 것을 그대로 먹으면 맛이 없다 꿀이 찐득하게 굳어버렸기 때문에 그걸 그냥 씹었다간 하루종일 치실질을 해도 이가 썩고 말 것이다 모르는 사람한테 선물로 주면 원수가 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먹어야 뜨끈하고 들쩍지근한 게 제맛이고 남은 것은 냉동해뒀다가 먹고 싶을 때 해동해서 꿀에 푹 절어버린 도넛 맛으로 먹는다 우유필수 이젠 통영 곳곳에서 꿀빵을 판다 변형체도 많다 이순신 꿀빵이니 초코꿀빵이미 국화꿀빵이니.. 오미사 꿀빵도 아들이 하는 큰 매장이 생겼다 수량이 넉넉해 저녁에 가도 살 수 있고 팥도 백앙금으로 판다고 한다 그러나 추억 속 음식이 공산품화되었다 한들 추억까지 공산품화 될 필요는 없다 내게 오미사 꿀빵의 맛은 역시 품절되기 직전에 뜨끈한 걸 간신히 집어다 바닷바람 맞으며 먹는 바로 그 맛이다 이제 딸들은 훌쩍 커버려 집을 떠났고 당일치기로 통영에 다녀오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어렵사리 휴가일정을 맞춰 통영으로 떠난 가족여행 첫 코스는 당연히 오미사 꿀빵이었다 역시 맛있다

오미사꿀빵

경남 통영시 충렬로 14-18 오미사꿀빵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