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규범이 신수동에서 상수동으로 이사 온 지가 두 달 정도 되었습니다. 저는 신수동 오픈 초에 몇 번 갔었는데, 정말 오랜만의 방문이네요. 예전에 갔을 때는 과일 블렌드와 초콜렛 블렌드라는 블렌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싱글오리진으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를 제공하는군요. 에티오피아 만도예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클린하지만 인텐스는 라이트 미디엄 정도로 약간 낮은 편이고, 약한 과일향(복숭아, 감귤)과 초콜렛티한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바디는 미디엄 정도인데, 맛과 향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커피 맛이 밋밋하게 느껴지구요. 문제는 예전의 블렌드들도 장점과 함께 어떤 부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과일 블렌드는 개성이 느껴지지 않았고, 초콜릿 블렌드는 쓴맛이 과하게 느껴졌다고 과거의 제가 메모해놓은 게 있군요.), 커피를 싱글오리진으로 바꾼다고 해서 문제없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겠습니다. 수많은 한국 로스터리들이 A라는 문제를 고치면 B라는 문제가 생기고, B라는 문제를 고치면 C라는 문제가 생기고, C라는 문제롤 고치면 다시 A라는 문제가 생기는 쳇바퀴를 끊임없이 돌리고 있는데요. 도덕과 규범은 장점을 가진 채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몇 안 되는 로스터리 중 하나였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요. 이렇게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예기치 못한 다른 문제를 발생시켜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우로보로스 효과’라고 하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국 스페셜티 커피 씬 전체가 이런 우로보로스 효과에 푹 절여진 상태라고 봅니다. 거기서 벗어나 있는 로스터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구요.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1318646779363.pdf 저로서는 모쪼록 보다 많은 로스터리들이 하루라도 빨리 그 늪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도덕과 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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