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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별
별로예요
11개월

에티오피아 구지 페이셜 어도쉬 워시드 TOH 1ST (TASTE OF HARVEST 1위)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에스프레소에 스푼을 넣고 가볍게 두 바퀴 정도 저은 후 꺼내어 스푼에 묻은 커피를 빨아 먹는데, 부정적인 쓴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입으로 마셔보니 부정적인 비릿함과 느끼함이 살짝 느껴지는데, 이런 부정적인 쓴맛과 비릿함과 느끼함은 모두 강배전에서 느껴질 수 있는 부정적인 뉘앙스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원두가 탔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런 맛이 나는 겁니다. 앞에 적은 느끼함과 연결되는 미끄덩한 마우스필 또한 강배전에서나 나오는 것인데, 강배전 커피에서는 상황에 따라 익스큐즈가 될 수도 있는 뉘앙스이지만, 이런 약배전 커피에서는 디펙트로 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좋은 과일향도 있긴 하지만 라이트 미디엄 정도의 그다지 강하지 않은 인텐스로 느껴지고, 애프터에는 캬라멜이 올라오지만 이 역시 부정적인 쓴맛이 곁들여집니다. 이런 노트를 비터 캬랴멜이라고 적는 로스터리도 종종 보이는데, 비터 캬라멜은 달콤함에 씁쓸한 맛이 곁들여져 어우러지는 것이고, 이런 부정적인 비터는 단맛보다 쓴맛이 훨씬 강하고 또렷하게 느껴지며, 필연적으로 맛이 따로 놉니다. 매장 메뉴판의 컵노트는 블루베리, 자두, 자스민, 스파이시인데, 블루베리와 자두는 식을수록 인텐스가 강해지지만 이 중에서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건 자두이고, 자스민은 후반부에 약하게 느껴집니다. 문제는 식을수록 떫고 부정적인 (나무껍질 맛) 뉘앙스 또한 강해진다는 것이고, 때문에 사람에 따라 자스민은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구요. 설탕을 넣으면 전반부에 느껴지는 과일향들은 좀 더 증폭이 됩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느껴지는 거칠고 부정적인 디펙트들은 설탕을 넣는대도 가려지지가 않습니다. 좀 러프하게 말하자면, 설탕으로 보완이 되거나 가려진다면 디펙트가 아니거나 아주 약한 정도의 디펙트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강한 디펙트는 설탕을 넣는다고 없어지지 않고, 정말 심한 디펙트가 있는 커피에는 오히려 설탕이나 우유가 단점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컵노트 중 스파이시(spicy)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맵다는 뜻이지만, 커피나 와인에서는 향신료(spice) 뉘앙스를 뜻하는데, 보통은 해당 향신료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많이 접해본 경험이 있다면 컵노트에 카다멈, 정향(클로브), 넛메그(육두구), 삼나무(cedar), 흑후추(black pepper), 백후추(white pepper) 등이 적혀있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향신료 뉘앙스가 긍정적으로 발현되는 것은 보통 강배전 커피에서이고, 약배전에서는 로스팅이 아주 잘 되어 있을 때 제한적으로 발현이 됩니다. 반대로 약배전 커피에 향신료 노트가 적혀있을 때는 (로스팅이 아주 잘 되어있지 않다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나오기가 십상인데, 이 커피에서는 향신료 뉘앙스로 느껴진 것은 없었고, (위에도 적었듯이) 강배전 커피에서나 볼 수 있을 디펙트가 느껴졌을 뿐입니다. 흥미로운 건 에티오피아 테이스트 오브 하베스트 대회의 공식 컵노트에도 스파이시가 있다는 것인데, 대회 커피의 로스팅은 어떠했을지가 궁금하긴 합니다.(작년에 엉망으로 로스팅된 COE 심사용 커피를 우연히 맛본 후에, 온갖 커피들의 로스팅 상태에 대한 의심이 더 심해졌습니다. ^^;) 참고로 커피가 (로스팅이 덜 되어) 안 익었을 때 나는 매캐하고 톡 쏘는 매운맛은 acrid라고 표현합니다. 로스터리 선호의 커피를 가끔 마셔보는데, 왜 가끔 마시냐면 마실 때마다 긍정적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긍정적인 경험은 할 수가 없었구요. 다음 방문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메뉴판을 좀 더 열심히 보고 주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로스터리 선호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26가길 28 성실교회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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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내용 중 스파이시(spicy)에 대한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