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카페 데 알투라 밀레니오 애너로빅(Anaerobic)을 마셨습니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노트는 ‘시나몬, 애플파이’구요. 처음에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다가, 약간 식으며 시나몬이 올라오고, 좀 더 있으니 애플파이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게 맛이 있지는 않구요. 향도 맛도 두께는 있지만 높이가 낮고 답답해요. 마치 음질이 엉망인 음원을 재생해서, 싸구려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듯한 감각이랄까요.(이러면 소리가 굉장히 답답하게 들리죠.) 커피를 삼킨 뒤로 혀뿌리가 텁텁해지는 증상이 첫 모금부터 느껴지고, 그나마 있던 향도 지나치게 일찍 사라지면서 맛만 남구요. 이 맛조차 점점 희미해져 가면서 나중에는 단맛만 느껴집니다. 단맛은 초지일관 두툼한 인텐스를 자랑하는데, 노트의 향미들이 맛있게 잘 발현되었을 때 나오는 적절한 단맛이 좋은 단맛인 것이고, 단맛만 우격다짐으로 끌어낸다고 커피가 맛있어지는 게 아니죠. 이렇게 밸런스가 안 맞는 커피다 보니 클린컵도 좋지가 않구요. 블렌드에는 차(tea)를 섞는다고 하는데, 커피가 이렇게 단맛만 있고 맛과 향이 부족하다 보니, 그 부족한 부분을 차로 보완하는 게 아니려나 싶네요. 굉장히 메뉴가 다양한데, 커피 맛이 덜 중요한 메뉴나, 커피가 아닌 메뉴 중에는 괜찮은 게 있을 듯도요.
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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