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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아티스트 베이커리의 트러플 바게트와 소금빵 몇 가지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작년 12월에 오픈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신규 업장이구요. 맛은 기대했던 것보다 준수했고, 인기를 끄는 게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오랜 시간 줄 서서 먹을만한 맛이냐에 대해서는 쉬이 긍정하기 어렵긴 합니다만, 줄까지 서지는 않지만 훨 별로인 유명 맛집이나, 줄 서서 먹는 형편없는 맛집들을 생각해 보면, 줄 서서 뭔가를 득템하는 게 하나의 레크리에이션이 된 지금의 현실에서, 줄을 서서 얻을 수 있는 결과물 중에 이 정도 수준의 것이 많지는 않을 것 같구요.(이건 제가 요즘 생긴 줄 서는 맛집을 가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떡 같은 식감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미 바게트나 깜빠뉴 등의 빵에 대해서도 겉껍질만 딱딱할 뿐, 내부는 떡과 유사한 질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고(개인적으로는 불만스러운 지점입니다만…), 그런 빵들에 대한 소비자의 평도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아티스트 베이커리는 K베이커리라고 부를 수 있을, 빵이라기엔 떡을 먹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 들 정도의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의 바게트와 소금빵을 파는데, 의미불명 목적불명의 허접한 완성도의 물건을 파는 게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제대로 만들어 파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레이어드, 하이웨이스트, 아티스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엘비엠(LBM)의 2023년 매출은 360억, 영업이익은 126억이라고 하는데요. 이 정도 매출과 이익이면, 허접한 제품을 컨셉과 인테리어로 포장해서 팔았다기보다는, 어떤 대중성을 갖춘 제품에 컨셉과 인테리어를 잘 입혀내어 히트를 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개인적인 기준에서 ‘허접한 제품을 컨셉과 인테리어로 포장해서 파는’ 몇 곳의 매출을 간단히 검색해 봤는데, 엘비엠에는 비벼볼 꿈도 못 꿀 정돕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대한 뽈레 웜뱃님의 리뷰가 인상적인데, ‘맛있는데 그럭저럭이고 이만한 곳이 많으면서 또 이만한 곳은 없고 만만한데 그리 만만하지 않은’이라고 적어주셨는데요. 아티스트 베이커리의 빵도 그 연장선의 결과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빵을 만들어 팔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브랜딩(blanding)을 잘하는 곳이 아마도 아티스트 베이커리겠지요. https://polle.com/myutz/posts/347 이날 먹은 빵 중에는 개인적으로 트러플 바게트가 가장 좋았습니다. 바게트라기 보다는 마늘 대신 트러플을 넣은 마늘빵과 비슷한 느낌인데, 이런 빵에서 쫀득한 식감은 또 기존의 빵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구요. 바게트라기엔 단단한 껍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서 대체 이 빵은 이름이 뭔가 싶기도 했지만, 사고 나서 바로 먹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겠죠? 소금빵도 저는 대체로 나쁘지 않았는데, 평들을 읽어보니 다른 맛들의(바질, 감자치즈 등) 평이 더 좋군요. 소스나 잼도 못 먹어봤는데, 언젠가 다시 먹을 날이 온다면 평이 좋은 다른 빵과, 못 먹어본 소스와 잼 등도 맛을 보고 싶네요. https://tastexplain.postype.com/post/16725906

아티스트 베이커리

서울 종로구 율곡로 4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