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로스팅 프로파일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올리곤 했는데, 이와 관련된 마지막 포스팅에 대한 기억은, 인스타에 올리지 않더라도 로스팅 프로파일은 계속해서 수정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간간히 언더빈의 커피를 마시면서 계속된 프로파일 수정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커피가 계속 달라지고 있을 뿐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는데요. 이제는 드디어 마침내 커피가 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만 아쉬운 건 전형적인 대회에 종속된 커피였다는 건데요. 그래도 그런 커피를 만드는 곳들 중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보이는 곳도 드물다 하겠습니다. 현재의 언더빈 커피에서 받은 느낌은, 커피가 가진 개성을 너무 깎아내서, 부정적인 맛은 없지만 맛이 지나치게 라운드하고 노트의 인텐스가 낮구요. 애프터도 나오다가 바로 똑 떨어집니다.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단점을 없앤 커피고, 이런 커피가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 같더라구요. 대회는 커피를 획일화시키는데, 획일화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이지만, 그 획일화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방법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더더욱 문제입니다. 대회는 일종의 시험 같은 것인데, 시험 성적을 잘 받은 사람이 업무도 잘하기를 기대하지만, 세상일이 꼭 그렇던가요. 요리 업계에 비유하자면 미슐랭이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은 요리대회 수상을 했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라, 미슐랭이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을 수상할 만한 음식을 매장에서 기복 없이 제공해야 주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커피 업계에는 미슐랭이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의 역할을 수행하는 무언가가 없으니, 대회가 그런 부분까지 커버하기를 기대하는 건데요. 아쉽게도 그건 무리입니다. 대회는 어떤 한순간에 어떤 한 커피를, 해당 대회 규정에 의거해서 평가하는 거구요. 대개의 경우 매장에서 내는 커피는 대회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도 없고 대회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도 없죠. 그러니 일반 소비자들의 대회 커피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대회 수상을 했으니 맛있겠지?‘가 아니라, ‘대회 수상을 했다는데 평소 매장에서는 어떤 커피를 내는지 함 마셔보자’ 정도가 맞겠습니다. 그것이 비단 국내 대회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구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앞날은 다방면으로 어둡고, 어느 순간부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너무 커진 커피 대회도 거기에 한 몫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회가 미슐랭의 역할을(적어도 어느 정도는) 하고 있는 현재의 커피 업계에서, 대회에서 점수를 잘 받는 커피를 만들고 있는 업계인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고나리질을 하기도 애매하구요. 언젠가 커피 업계에도 와인이나 맥주처럼 공신력 있는 평가서와 리스트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구요. 최근에는 월드 베스트 커피숍 같은 리스트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올바른 평가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네요.(물론 현존하는 그 외의 리스트들도 다 엉망입니다.) 7.5/10(10점 만점)
언더빈 커피 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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