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경 #새재할매집 "약돌돼지의 고소함과 시골된장" 1.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가로막는 백두대간에 조금 야트막한 지형이 있다. 백두대간에서 낮아봤자 얼마나 낮겠느냐만 그래도 사람들은 몇 백년을 이 길을 통해 산을 넘나들었다. 이 고개의 이름이 <조령, 鳥嶺>인데, 고개가 너무 높아 새도 쉬어간다고 해서 조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그리고 조령을 우리말로 부르면 <새재>가 되니, 현재 경상북도 문경과 충청북도 괴산을 연결하는 고개를 <문경새재>라고 불린다. 2. 문경새재의 경북쪽은 완만한 언덕길이라 새재 초입부터 각종 상업시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전기차 트램도 보일 정도고 빼곡히 식당과 기념품 및 토속품 파는 가게들이 성황중이다. 물론 방문객들도 참 많다. 반대로 괴산 쪽은 한가하다. 산세가 좀 험하고 가팔라 산채와 토종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몇 개와 민박, 호텔 몇 개가 전부다. 대신 이화여대의 수련관인 <고사리 수련관>과 전문교부장관과 이화여대 총장이신 <김옥길 박사>의 생가가 기념관으로 보존이 되어 있다. 3. 새재를 직접 넘다보면 이 극명한 분위기의 차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데, 조금 한가지게 하이킹을 하고 싶으면 충북쪽으로, 여유롭게 구경하듯 산책을 하려면 경북쪽으로 집중하면 좋겠다. 이날 괴산 쪽에서 시작한 하이킹은 약 10km의 하이킹이였는데, 3시간 30분 소요된 여정이 거의 모두 나무로 덮여있어 자연 그늘을 만들어주는 완벽한 하이킹 코스였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도 좋고 문경 쪽의 역사적 스팟들은 걸으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4. 이렇게 열심히 걷다 점심으로 들어간 곳이 문경새재 터주대감으로 50년의 업력이 있는 <새재할매집>이다. 이집은 원래 새재 산속 안쪽에 자리잡아 예전부터 대통령과 유명인들이 많이 방문했다해서 더욱 유명세를 탄 집이다. 현재 창업주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지금은 며느리가 그 맛을 이어받아 2대 째 경영을 하고 있다. 5.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입주한 지금의 가게는 50년이라는 역사를 느끼기에는 너무 현대스럽다. 바쁜 식당이라 친절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불친절도 딱히 느껴지진 않는다. 문경 지역은 약돌을 갈아 먹인 고기들이 유명한가보다. 여기저기 약돌돼지, 약돌한우를 내세우는 간판이 많다. 이곳 할매집도 약돌돼지를 이용한 고추장 삽겹구이가 제일 유명한 메뉴라 주문해 봤다. 6. 약 8종의 반찬과 쌈, 된장찌개가 빠르게 깔리고 강한 불에 단시간에 구운 삼겹살이 나온다. 삼겹살은 좀 얇다. 그래서 굽는 시간을 단축했을 듯 하다. 맛은 참 좋다. 요즘 매운 맛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데, 이집의 고추장 양념은 전혀 맵지 않고 고기의 기름과 합쳐져 고소함만을 강조시킨다. 게다가 뒷맛으로 전해지는 아련하게 고소한 지방의 맛은 <약돌돼지>의 특징이라고 하니 확실히 서울에서 먹는 돼지고기와는 차별적인 맛이 있다. 7. 된장찌개가 참 맛있는데, 시골된장으로 끓여낸 투박한 맛이 참 좋다. 조미료와 감미료로 물든 고기집 된장이 아니라 통멸치가 들어간 짠 시골된장의 맛은 나에겐 평온함으로 다가왔다. 참 맛있다. 8. 그런데 반찬과 쌈은 아쉽다. 반찬은 할머니의 느낌은 전혀 없는 구태의연한 반찬이고 양도 매우 적다. 리필을 해주긴 하지만 바쁜 매장에서 리필을 자꾸 요청하면 눈칫밥 먹을 것 같아 리필이 자동으로 포기된다. 쌈이 문젠데, 물을 잔뜩 뿌려 신선해 보이긴 하지만 (노지 상추라 튼튼하고 든실해 보임) 딴지 오래된 상추에서 보이는 줄기 끝단의 오렌지색 색깔변화가 모든 상추에 가득하다. 신선해 보이려고 노력은 했지만 실제로는 꽤 오래된 상추가 노지의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꼴이다. 9. 이집은 유명세에 비해 망플 평가가 정말 엉망이다. 2대 며느리가 얼마나 불친절했으면 리뷰어들이 이리 평가를 했나 싶다. 실제로 본인이 만난 그 분은 특별하게 불친절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았는데, 나가는 길에 이집 역사에 대해 이거 저거 물으니 친절하게 답을 해주셔서 불친절에 대한 느낌은 나는 받지 못했다. 10. 결론적으로 약돌돼지의 맛과 부드러운 양념, 시골스러운 된장은 맘에 든다. 그런데 그 이외의 요소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PS: 예전에 학생 때 점토 등을 먹인 소에 대한 논문을 교수님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데, 불순물 흡착에 좋은 효과가 있는 걸로 결론을 지었다. 아마도 이곳 <약돌돼지>도 흙, 돌가루 등의 구조상 흡착구조가 고기 잡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괜한 오지랖도 한 번 펴면서 식사를 했다 ㅋ PS2: 문경(聞慶)은 지역 이름이지만 과거 보고 돌아오는 서방님과 아들들의 소식을 빨리 들을 수 있는 고개라 들을 문(聞) 지름길 경(俓)을 써서 문경(聞俓)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PS3: 사진의 고기 한 판이 2인분이다!
새재할매집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