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으로 올라가면 홀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옆에는 외투를 걸 수 있는 행거가 있습니다. 홀 매니저가 문을 열어 안내해 주었고, 내부 테이블과 좌석은 적당했습니다. 실내 밝기가 눈이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조정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와인 리스트에는 내추럴 와인이 대다수였습니다. 테이스팅 노트를 읽어 보고 끌렸던 ‘라 르베’를 주문했는데, 몰랐던 사실이지만 내추럴 와인 씬에서 아주 유명한 생산자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와인 온도를 신경 써서 서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셀러 온도가 바로 마시기에는 조금 높아 살짝 칠링한 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온도가 내려가고 나서 빼주었습니다. 이런 점과 잔이 비기 전에 직접 따라 주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인은 훅 들어오는 과실 향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기분 좋은 풀 내음, 오랜만에 느껴 보는 구조감, 그리고 피니시가 깔끔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따로 구매해서 마셔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 • 오향, 흑설탕 등이 들어간 버터와 깜빠뉴 빵이 맛있습니다. 오향은 역시 지방, 그리고 설탕과 조화가 좋습니다. • 스리라차 아이올리가 올라간 멘보샤 신선한 고수 향과 깨의 고소한 향이 좋습니다. 아이올리는 생각보다 매콤한 편입니다. • 트러플 아이올리와 춘권 춘권에 들어간 올리브 파우더가 대단합니다. 소스와 함께 먹었을 때 트러플 덩어리를 씹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 타르타르, 표고 탕수 코스가 전체적으로 맛과 향이 강한 편이라 타르타르에 들어가는 산초 오일도 매운 것을 잘 못 드신다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탕수는 정말 바삭하고 안의 표고도 잘 익었습니다. • 항정살 구이와 샐러드 항정살 자체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샐러드가 코스 중 가장 인상적인 맛이었습니다. 채소들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만 숨이 죽어 있어 맛, 식감, 모양새 전부 훌륭했습니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피시 소스의 감칠맛, 그리고 상큼함이 입에 들어갔을 때 고루 퍼집니다. 하지만 웬만큼 매운 것에 내성이 있는 제게도 상당히 강한 맛이었기에, 매운맛에 약하시다면 사전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사태 조림, 솥밥 매시가 아주 부드럽고 농도도 좋습니다. 솥밥은 안심이 적당히 씹히고 감칠맛도 괜찮았습니다. • 셔벗, 휘낭시에 휘낭시에가 맛있어서 계산할 때 따로 포장 주문하고 나왔습니다. 디너가 인당 5만 5천 원인데, 불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터 양이 조금 적다고 느껴지긴 했습니다... 비싼 재료를 쓰기보다는 아시안 요리의 특색을 살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들로 맛과 향을 풍부하게 만든 점이 굉장히 똑똑하게 느껴졌습니다. 코스가 바뀐다면 분기별로 재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추천합니다.
시누아즈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32-1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