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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2년

* 한줄평 : 강원도 영월의 정겨우면서도 맛있는 농가밥상 1. 자동차 생활이 보편화되며 여행지의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기 위한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는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이 발간하고 있다. 11월 셋째주 목요일 전 세계 동시 출시하는 보졸레 누보 와인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뛰어난 음식 마케팅 중 하나가 바로 미쉐린사의 미식 안내서이다. 다만 한국 미슐랭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면 선정된 식당 대부분이 대중교통이 발달한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쉐린 타이어의 판촉을 위해 만든 애초 목적대로라면 자동차로 가야 하는 전국 방방곡곡의 숨겨진 보배같은 식당들이 오히려 선정되어야 할진대.. 2. 멀리는 단종의 유배지이자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역이 있는 곳이요 가까이는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라디오스타의 주무대인 영월은 자연 환경은 뛰어날지언정 음식의 재료를 조달하기엔 척박한 곳이다. 태백산맥의 서쪽에 자리잡아 바다로부터 생선과 해산물 채취도 어렵고, 비탈 지형인데다 저온 건조한 기후로 쌀과 보리 등도 농사짓기 어려운 곳이다. 산에서 각종 나물과 버섯, 도토리 등을 채취하고 메밀과 콩, 감자, 수수와 옥수수 등을 재배하여 먹고 살았다. 3. 메밀을 비롯한 밭작물은 쌀과 보리에 비해 찰기가 적어 그대로 밥을 해먹기엔 적절하지 않아 강원도에서는 밭작물로 만든 가공식품이 발달하게 되었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올챙이국수, 도토리묵, 메밀전병, 감자 옹심이와 감자전 등이 강원도 향토음식인 연유가 여기 있다. 4. 바위에서 술이 흘러나온다는 전설이 어린 영월의 주천면에 가면 삼십여년 된 농가밥상 식당을 만날 수 있는데 지역명과 대표 음식의 조합으로 상호를 정한 <주천묵집>이다. 5. 자리에 앉은 객에게 처음 대접하는 건 구수한 메밀차이다. 이 집에서 경험한 음식은 도토리묵밥과 순두부, 감자전이다. 6. 모든 음식이 훌륭했으나 가장 뛰어났던 음식은 의외로 감자전이다. 사실 감자를 갈아 기름에 튀기듯 구워내는 감자전에 특별한 비법이 있을랴마는 두툼한 두께와 바삭한 정도가 서울에선 미처 맛보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 더군다나 강원도 특유의 큼큼한 된장 발효 고추지를 얹어 먹으니 이런 별미가 따로 없다. 7. 몽글하게 끓여낸 순두부도 그 고소함이 발군이었지만, 이 집의 도토리묵밥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맛으로만 따지자면 도토리 특유의 쌉싸레함이 느껴지는 강원도의 소박한 농가 음식인데 이 소박하면서도 투박한 음식에 담긴 정서가 참으로 정겹다. 8. 마침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에서 맛보았던 순흥묵밥이 문득 떠올랐는데 순흥묵밥은 이 집과 달리 김가루와 깨가루가 수북히 뿌려져 묵직한 유기그릇에 제공되는 형태로 영월 주천묵집의 소박함보다는 상대적으로 양반가의 별식 느낌이 강하다. 9. 영월의 묵밥을 먹으며 영주 순흥의 묵밥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영월은 단종의 유배지로 사약을 받아 죽임을 당한 곳이고, 영주 순흥은 단종의 복위 운동을 펼치다 세조로부터 사사받은 금성대군(세조, 수양대군의 형제이자 단종의 숙부)이 위리안치되었던 동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였을게다.

주천묵집

강원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282-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