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 간짜장 생활의 달인이 품은 올곧은 마음새 1. 부산은 개항도시라 중국 산둥성 화교의 유입이 많은 지역이고, 이에 따라 중식이 크게 발달한 도시이다. 짜장면의 탄생 도시는 인천이지만, 만만치 않은 수도권 물가 때문인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간짜장의 계란 후라이가 인천 대비 부산 간짜장의 특징이 되며 이제는 수도권에서도 계란 후라이를 얹은 간짜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부산 중식은 나름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2. 그래서 그런지 거주 인구 대비 <중식 생활의 달인> 비율이 유독 높은 도시 역시 부산인데, 과장 좀 보태 생활의 달인은 동네마다 한분씩 있다지만, 탕수육과 간짜장 2가지 메뉴로 생활의 달인에 등극한 사례는 전국에서도 극히 얼마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3. 부산 중구 보수동 골목의 옥성반점 하현호 주방장은 그런 면에서 중식의 대표 요리와 식사 메뉴인 탕수육과 간짜장 달인 보유자라는 점에서 부산 중식의 귀한 보배이다. 4. 달인의 비법이래봤자 이미 우리는 “과연 저렇게까지?”라는 방송의 허황된 설정용 그림을 많이 본지라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5. 다만 이 분에 대해 내가 보증하는 것은 <올바르게 다듬어진 그릇과 그릇의 크기를 넘지 않는 운영>이다. 마침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시기가 내가 부산에서 생활하던 때였는지라 나 역시 이 대단한 레서피를 맛보고자 방문했건만, 평생을 주방에 인생을 바치신 이 분은 넘치는 손님들에게 합석을 강권하지도 않고 오로지 테이블수에 맞춰 차례대로 본인이 해온 레서피대로 <묵묵하게 그리고 꾸준히> 음식을 내오신다. 6. 실제 방송 출연 직후 맛도, 직원도, 손님도 관리 안 되며 무너지는 식당을 여럿 봐온지라 오히려 이 식당의 운영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7. 일인 손님을 위한 미니탕수육은 손님에 대한 배려이다. 어차피 달인의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니 굳이 가격을 내린 미니 사이즈를 팔지 않아도 알아서 주문할텐데 별도로 메뉴를 구성한 것은 노주방장의 따스한 마음씨이다. 8. 주문한 음식은 간짜장과 난자완스이다. 배달을 겸한 식당이다보니 면에 첨가제가 들어가 면발이 부드럽진 않았고, 난자완스의 고기 튀김 역시 중식이라기 보다는 한식 스타일로 만들어진 듯 했다. 9. 간짜장 위에 올려진 계란 후라이 역시 기름에 튀기듯 구워낸 반숙이 아니라 <부쳐낸 완숙>이라 수스와 계란 노른자의 조합도 경험하지 못 했다. 10. 그런데 문득 노주방장의 음식을 경험하며 문득 대한민국의 중식은 <중국 화상들이 청나라 군인과 교민을 상대로 만든 음식>으로 시작했건만, 격동기를 거치며 <한국인 주방장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중화풍 음식>으로 변모한지 이미 오래로 정통 중식과는 정체성이 다른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11. 옥성반점의 노주방장의 경력이 50여년, 반백년이다. 본인의 인생을 걸고 주방에서 불과 싸우며 얻은 심득을 짜장면 한 그릇에 담았다라 생각하니 내가 생각했던 맛은 아니었을 뿐 나의 이전 세대인 노주방장의 시대상이 담긴 간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성반점
부산 중구 보수북길 1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