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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5.0
1개월

#청계천 #명가통닭 #반반치킨 * 한줄평 : 가을 바람에 스민 우리 가족의 인생 한페이지 결혼 20주년을 훌쩍 넘긴 제게 아직 해결하지 못 한 작은 로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슬리퍼 끌고 동네 마실나와 아내와 치맥하기>입니다. 그나마 저는 술이 약할 뿐이지만, 아내는 아예 술을 못 하는지라 호프집은 우리의 외식 선택지로 고민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굳이 가려면 갈수도 있었으나, 새로운 미식 경험을 찾아다니는 모험심 가득한 제게 동네 치킨집은 후순위일 수 밖에 없었지요. 이번 기나긴 추석 연휴를 맞아 거하게 먹은 점심 식사로 인해 ’굳이 저녁을 안 먹어도 되는’ 상황이 왔습니다. 굳이 안 먹어도 되는 상황에서 3인 1닭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였지요. 그리하여 우리 가족 셋이 제 로망대로 슬리퍼 끌고, 손 잡고 방문한 곳이 용두동 청계천변의 명가통닭입니다. 가을 하늘을 천장 삼아 동네 치킨집에서 저는 시원한 생맥주를, 아내와 아이는 사이다를 마시며 무해하고 무용하며 소소한 우리만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당장 우리 가족의 현안인 아이의 입시 문제, 제주의 겨울 바다, 하동의 쓸쓸했던 평사리 겨울 들판, 구례에서 하동 넘어가는 길목의 섬진강 윤슬 등등.. 누군가에게는 시덥잖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그 순간을 공유했던 우리 가족에게는 인생의 한 폐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뒤 아이가 그러더군요. 그 날,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우리는 시원한 가을밤, 그렇게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로 인생 한 페이지를 또 채워나갔습니다.

명가통닭

서울 동대문구 청계천로 483 창보리버리치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