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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국수, 익어가는 것들의 계절 1. 바야흐로 국수의 계절이다. 몸이 뜨거운 것을 밀어내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이맘때면 마침 익어가는 것들이 있다. 2. 본디 한반도에서 국수는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를 담아 먹던 귀한 음식이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등의 문헌에서는 국수 조리법이 전해지고 있으나, 곡식을 거두어 맷돌에 갈아 가루를 내고 반죽하여 면을 뽑아내는 일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었으니 국수는 일반 백성의 밥상보다는 궁중 수라상이나 유림의 제례 상차림에 올라갔던 사치와 격식의 음식이었더랬다. 3. 국수가 대중화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쏟아져 들어오면서부터이다. 면을 뽑는 기계가 골목마다 들어섰고, 소면 한 묶음이 재래시장 어느 구석에서나 팔리기 시작했다. 4. 이제 우리네 밥상에서 국수는 라면과 칼국수, 잔치국수와 냉면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화된 음식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특히 여름이 되면 냉면과 콩국수, 열무국수와 김치말이 국수 등 냉국수의 인기가 굉장한데, 5월의 어느 더운 날 서울 외곽의 허름한 식당에서 열무국수를 만나게 되었다. 5. 열무는 봄에 파종해 초여름에 올라오는 작물이고, 잎이 아직 질기지 않아 억세지 않은 지금 즐기기 가장 좋은 냉국수 재료이다. 열무국수가 제 맛을 내는 때는 열무김치를 담근 지 사흘에서 닷새 무렵이다. 덜 익으면 국물에 깊이가 없고, 지나치게 익으면 신맛이 날을 세워 면을 압도한다. 배추김치보다 발효가 짧고 청량한 신맛이 강한 열무김치는 그 좁은 시간의 창 안에서만 냉국수의 국물로 완성된다. 6. 김치 국물이 면 육수가 될 수 있었던 건 한국 특유의 김치 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김치 국물은 발효산과 고춧가루, 젓갈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감칠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소스에 가깝다. 7. 열무국수의 계절은 길지 않다. 계절이 허락한 열무의 시간이 따로 있다 보니 여름이 깊어지면 열무 잎파리는 억세지고, 다시 이맘때를 기다리려면 일 년의 시간이 흘러가야 한다. 그리하여 열무국수는 사시사철 만날 수 있는 일상 음식이 아니라 한여름에만 허락된 미식가의 제철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익어가는 것들의 계절은 그래서 늘 짧고, 그래서 해마다 생각난다.

이모네

경기 안성시 양성면 안성맞춤대로 229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