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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5년

* 한줄평 : 왕십리 숨겨진 40년 노포 중국집 1980년 개업한 곳으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발굴>이라는 단어가 무색치 않은 행복한 한끼였다. • 개인적 음식 취향 이야기 미식가로써 혀가 즐거운 맛집을 등한시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론 스토리 텔링이 담긴 식당을 좋아한다. 맛이야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지만, 식당과 음식에 담긴 이야기는 호불호 없이 누구나 귀기울일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인다. 내가 왜 삐까뻔쩍하고 비싸며 힙한 맛집보다는 허름한 노포를 찾아다니는지 언제고 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오늘 그럴 가치가 있는 식당을 만났다. • 허름한 노포의 의미 못 생긴 나무는 주목을 받지 못 한다. 곧지 않기에 집의 기둥으로 쓰지도 못 하고, 땔감으로 정리하기도 힘들어 구불구불한 못 생긴 나무는 산을 지킨다. 그렇게 선택받지 못한 나무는 거목이 된다. 거목이 되어 든든하게 산을 지킨다. 노포가 그렇다. 이 집이 그렇다. 왕십리 재개발로 강북에서도 손꼽히는 전망 좋은 아파트가 들어선 동네 골목길에 40여년된 중국집이 있다. • 노포의 인테리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면 된다”라는 개발 시대의 구호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궁서체로 직접 쓴 중국집 메뉴판은 이젠 쉽게 볼 수 없는 레트로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노포에서나 만날법한 절대 4명이 못 앉는 사이즈의 나무 테이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맹물, 요즘은 프라스틱으로 대체되어 쉽게 보기 어려운 철가방, 그리고 거기에 적힌 빨간 페인트 글씨.. 다 정겹다! • 음식품평 주문한 음식은 탕수육, 간짜장, 삼선짬뽕과 볶음밥으로 아이와 함께 했을 때 늘 먹는 걸로.. 요리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주는 군만두의 튀김색이 좋아 탕수육 역시 기대하고 있었는데 우선 양에서 압도한다. 높게 쌓인 탕수육(16천원)이 주방에서 나오길래 저건 메뉴에 없는 대 사이즈인가 했더니 우리 테이블로.. 고기의 씹히는 맛이 좋다. 기름 관리도 하시는지 평범한 중국집에서 흔히 하는 실수인 역한 기름 냄새도 없다. 볶음밥은 수분기를 날려 볶아낸 후 오므라이스처럼 계란 지단을 덮었는데, <전라도식>이다. 밥알이 한알한알 코팅된 정통 중국식 웤질로 볶아낸 것과 한국형의 하이브리드 버전? 홀을 담당하는 따님께 집안 고향이 전라도시냐 여쭤보니 역시나 음식엔 지역의 문화가 DNA처럼 각인되어 있다. 삼선짬뽕은 게나 새우같은 화려한 비주얼을 담당하는 해산물은 없었지만,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고 엄청나게 시원하고 깊다.

동해루

서울 성동구 고산자로8길 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