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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5년

* 한줄평 : 김밥에 관한 추가잡설 1.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정도의 서울 강북지역의 김밥집을 꼽아보자면 고려대 앞 묵직한 참치김밥으로 유명한 <고른햇살>, 숙명여대 근처 묵은지 김밥이라는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는 <한입소반>, 한국외국어대 근처 김밥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호명의 <물고기> 등이 있다. 2. 문헌상 한반도에 김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각 도의 지리와 풍속, 인물 등을 기록한 동국여지승람과 경상지리지이고, 정월대보름 오곡밥을 나물과 함께 <김에 싸먹는> 세시풍속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꽤 오랜시간동안 한민족 식탁에 김이 올라왔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3. 애초 김밥의 형태는 충무김밥처럼 김에 밥을 <싸서> 먹는 형태였으며, 밥과 다양한 재료를 김에 <말아>먹는 지금의 형태로 바뀌며 국민음식이 된 것은 흥미롭게도 <국민학교 소풍> 문화라 생각된다. 4. 찌개와 국, 밥, 반찬 등으로 이루어진 우리네 상차림이 <야외 소풍>에서 차려지기는 요원한 일이였는데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개발도상국 시대 가가호호 생활 형편도 넉넉치 못했을테니 그나마 아이들이 편식없이 먹을 수 있는 <최적화된 야외 음식>이 김밥이였을 것이다. 5. 최근 몇년사이 프리미엄 김밥이 등장했지만, 내가 국민학생이던 시절 김밥처럼 <평등한> 음식도 드물었다. 잘 사는 집 아이나, 못 사는 집 아이나 소풍 당일 만큼은 햄과 지단, 시금치와 단무지로 말아낸 김밥이라는 똑같은 음식을 먹었으니 말이다. 6. 김밥집 상호명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물고기>라는 식당을 벼르고 벼르다 방문했는데 김밥이 토실하다, 묵직하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거대하다. 그러나 단지 사이즈만 큰 것이 아니라 밥과 재료의 비율, 재료의 간 등이 조화로운 편이다. 7. 주문 메뉴는 계란지단이라고 보기엔 너무 커서 차라리 계란말이가 들어갔다라고 표현하고픈 <물고기 김밥>과 참치가 김을 밀고 나올정도로 푸짐하게 들어간 <참치 김밥>이다. # 추가잡설 김밥이 외식 메뉴 중 분식 대표주자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어머니께서 특별한 날 부엌에서 싸주시던 <집밥> 개념의 김밥이 즉석김밥이라는 <외식 메뉴>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그 즈음이요, 불고기와 참치, 김치, 멸치 등 속재료의 고급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진 것도 90년대 중반이다. 지금이야 당연히 김을 살짝 구워 김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했다지만 이 비법이 등장한 것도 90년대 후반경이다. 그야말로 김밥계의 <콜럼버스 달걀>과 같은 이야기이다.

물고기 김밥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25길 36 주건축물제1동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