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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4년

* 한줄평 :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일제 강점기 수탈과 한국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 상황때문에 1960년대만 하더라도 <아사>는 의외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가을께 추수한 농작물로 세금과 빚, 소작료 등을 제하고 다음해 봄 보리 수확 전까지 버텨야 했는데 이를 <보릿고개>라 불렀습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다 보니 정부는 식량(쌀)의 개량을 통한 증산과 소비 억제라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했는데 현 시대에선 믿을 수 없는 정책 중 하나로 <밥 공기의 규격화>도 법으로 규제했었습니다. 간식이랄게 변변찮던 시절이니 쌀소비가 유독 컸는데 이를 규제하려면 담는 밥 공기의 사이즈를 줄여야 했지요. 실제 1981년 1월 서울 주요 신문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지름 10.5cm, 높이 6.5cm의 그릇 사용을 강제하며 생겨난 식당 상황을 전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어느 식당을 가도 사발밥을 주는 식당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비빔밥은 양푼에 이것 저것 나물 반찬을 넣고 숟갈로 슥슥 비벼 먹어야 제맛인데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사발을 주지 않기도 하지요. 사발밥도 그렇지만 청국장도 발효시키며 나는 쿰쿰한 냄새때문에 사라져가는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청국장은 전쟁 음식이라 하여 전국장이라고도 하는데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인들이 2-3일간의 짧은 발효 시간을 거쳐 먹은 음식입니다. 오랫만에 이렇게 사라져가는 음식 문화인 청국장과 사발밥을 신당동에서 만났습니다. 점심시간 혼밥인데도 어서 오시라는 친절한 인사와 함께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고기 한점 없는 상차림이지만 무생채와 열무, 콩나물 등 부족함이 없습니다. 잘 익혀낸 콩과 순백의 두부가 주는 조화는 또 얼마나 훌륭하던지요. 청국장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겨울이 되면 안방 아랫목에서 묵혀냈던 어린 시절의 담북장이 마냥 그립기만 합니다. 사발밥 가득 담겨온 보리밥도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청국장과 나물에 슥삭슥삭 비벼내니 아주 맛있게 비워냈습니다.

시골 청국장

서울 중구 다산로44길 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