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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5년

* 한줄평 : 정성으로 만들어낸 귀하디 귀한 나물밥 한상 1. 간혹 오래된 아파트 상가엔 굉장한 내공을 갖춘 맛집이 숨어있곤 한다. 아파트 상가는 주민이라는 고정 수요층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입맛 까다로운 주부 상대로 한 오랜 업력 자체가 정순한 손맛을 증거한다. 2. 이 식당이 들어선 수서 일원동 일대에 아파트가 지어진 것이 90년대 전후 즈음이다.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이라 차를 타고 장보러 가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았고, 대형마트의 부재로 재래시장이 활황이었으니 간단한 먹거리와 생필품 정도는 아파트 상가를 통해 구매했던 시절이다. 3. 1993년 준공한 일원동 목련타운 상가 지하에는 이십여년 가까이 마른 나물을 주된 반찬으로 영업하는 <짱구분식>이란 식당이 있다. 나물 반찬이 삶고, 짜고, 무쳐야 하는 손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건나물>은 불려야 하는 한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음식이다. 4. 식당 장사 중 임대료와 재료비 다음으로 가장 많이 원가를 잡아먹는 것이 바로 인건비인 시대인지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곧 <비싸거나> 혹은 <주인장의 정성어린 손맛이 들어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건나물 무침>을 메인으로 하는 식당은 본 적이 없다. 주인장의 사명감 없이는 상업 식당에서 만나기 어려운 음식이다. 5. 이 식당은 본래 짱구 머리인 아들 별명에 착안하여 상호를 <짱구분식>이라 지었다 한다. 창업주인 할머니는 10개월여 전 가게를 현 주인장에게 넘기시고 교회 봉사 활동을 하며 지내신다고.. 주인은 바뀌었으나 음식에 대한 정성은 그대로이다. 다만 과거 부페식으로 제공되었던 건나물은 <나물비빔밥>으로만 만나볼 수 있다. 6. 주문한 메뉴는 나물비빔밥과 제육볶음이다. 생나물에서는 맡지 못 하는 건나물 특유의 풍미와 식감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함께 나온 배추된장국은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져 집된장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모순적인 표현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단조롭지도 않다. 제육볶음 역시 얇게 저민 청고추의 색감이 포인트로 정갈함이 느껴진다. 7. 건나물 무침은 별도 구매도 가능하다. 무쇠냄비에 계란후라이와 나물무침 올리고 집에서도 비빔밥 먹을 생각에 어찌나 신이 나던지 맛집 원정 귀가길이 행복하기만 했다.

짱구네 식당

서울 강남구 광평로19길 15 목련타운아파트 상가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