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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3년

* 한줄평 : 겨울비, 성공적, 우동 그리고 하이볼 1. 불과 십여년전만 해도 허물어져가는 한옥집단지구였던 익선동이 화려한 부활을 넘어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하였다. 한때 영화산업의 메카로 황금기를 보낸 종로3가 일대는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앞세운 공략으로 1990년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걷게 되며 이 일대 상권 역시 붕괴된다. 2. 한옥을 리모델링한 상업공간이라 그런지 익선동 가게들은 이태원과 홍대 상권과는 또다른 아우라를 뿜어낸다. 거미줄같은 익선동의 화려한 가게 골목에서 벗어나면 소박하고 정겨운 식당이 서넛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4.5평 우동집이다. 3. 겨울비 내리는 날, 야근을 하고 귀가하는 길에 따스한 우동 국물 한모금이 간절해서 방문했는데, 따스한 환대와 소박한 인테리어에 괜히 신이 났다. 괜히 신이 난 김에 잘 하지도 못 하는 술생각이 나 하이볼도 한잔 주문하였다. 4. 맛있다고 소문난 메뉴는 카레우동과 동파육 우동인데, 들뜬 마음에 잘못 주문하여 <동파육과 유부우동 세트>를 주문하였다. 5. 동파육은 중국 송나라의 시인인 소동파가 개발한 레서피로 만든 <동파의 고기(육)>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입안에서 부들부들 녹아버리는 특유의 식감으로 유명하다. 이 집 주류 리스트에 소흥주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간장과 물엿으로 <졸여낸> 인위적 단맛이 아니라 소흥주까지 넣어 제대로 <쩌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주문했는데 여느 중식당보다 훨씬 훌륭한 수준이었다. 6. 우동은 정겹다. 자가제면이라고는 하는데 유명 우동집만큼의 쨍함(?)은 사실 느끼지 못 했다. 그런데 음식은 천편일률적인 공식으로 평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피곤한 하루, 보상으로 찾은 골목 식당, 취해버린 분위기, 차가운 겨울비와 뜨끈한 국물이 어우러져 괜히 신명난 식사 시간이었다. 7. 가게 분위기가 소담하긴 해도 어째 4.5평은 한참 넘겠다 싶어 여쭤보니 십여년전 부암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당시 면적이 딱 그정도였다고 한다. # 추가잡설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엮이는 한중일 삼국 중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그리고 윤회 사상을 믿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보급된 것이 메이지 유신이다. 중국과 한국은 예로부터 단백질의 주요 보급원으로 고기 요리가 발달하였는데 특이한 것은 중국에서 고기(육)이라는 글자는 대부분 <돼지고기>를 통칭할만큼 중국인들의 돈육 사랑은 남다르다. 풍토와 품종의 차이로 중국의 소는 한국의 육우와는 다른 물소이며 식감이 질기고 맛이 없다. 한국은 반대로 육개장, 육회 등 고기 요리는 <소고기>를 의미한다.

4.5평 우동집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30길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