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남
5.0
8개월

여름 휴가를 떠났다. 부산을 갔다가, 경주로 떠났다. 경주의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무더웠다. 폭염주의보라는데. 카페에 들어가니 반짝반짝 빛나는 계절이었다. 조르바 라고 하는 카페였다. 릉을 향해 통창이 있었고, 근처 자리는 사람으로 가득해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릉을 바라보다보니 고양이가 풀숲으로 뛰어드는게 보였고, 그 다음에서야 통창 한 구석에 붙은 작은 메모지가 보였다. 가까이서 보고싶어 빈 자리가 생기기를 바랐다. 기다렸다가 자리를 옮겼고, 가까이서 읽어보니 이런 글이었다. 먼저 이 글을 읽기 위해 다가와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외로웠고, 오랫동안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한국의 경주라는 도시에, 나와 이름이 비슷한 카페에 온 것은 필연일 것입니다. 창가에 메모지를 붙여두었을 때 다가오는 사람은 다정하리라 기대하며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풀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날 내린 이슬로 나뭇잎은 비늘처럼 반짝이고, 이국의 익숙한 노래는 인생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해서 죽고 탄생을 반복합니다. 당신이 이 글을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에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신도 이번 생의 내가 행복하길 기원해주세요.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글은 그렇게 끝이 났다. 7월의 경주는 무척이나 덥고 초록빛이었기에. 하나의 생을 마친 것 같았다.

조르바

경북 경주시 태종로 735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