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무라이스에 대한 로망이 좀 있다. 중국집에서 흑미로 당근 넣어서 얄팍한 지단으로 해주는 그런 오무라이스 말고, 보들보들하고 진한 맛의 계란이 밥 위에 두껍게 펴져 있는 그런 오무라이스 말이다. 오무라이스 계란 만드는 영상도 매번 홀린듯이 본다. 킷사동구리는 가는 방법이 쉽지 않다. 매일 2주 전 날짜의 구글 예약폼이 오픈되는데, 인스타에서 제법 떴는지 좋은 시간대는 금방 꽉 차버린다. 12시 오픈 때 먹으려면 2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일본인이 운영중이다. 喫茶+ドングリ 라는 가게 명칭답게, 가게 안은 아주 아기자기하고 페미닌하게 꾸며져 있다. 소품들도 원피스와 드래곤볼 피규어만 천편일율적으로 딥다 늘어놓는 라멘집과는 다르게 주인이 직접 고른 티가 난다. 수제함바그오무라이스, 새우명란크림도리아를 주문하였다. 함바그는 더할나위 없었다. 함바그의 오동통함이 육즙을 가득 품어서 그런 겉처럼 보일 정도였다(아닌 거 앎). 계란은 내 기대대로 보들보글하고 폭신거렸다. 도리아의 명란향이 가득 나는 밀도 있는 크림소스도 좋았다 다만, 두 음식의 공통 베이스가 되는 밥이 문제였다. 고슬거림을 의도하고 밥을 지은 것 같았지만 설익어 쌀의 심이 씹힐 정도였다. 밥, 빵, 면이 들어간 음식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탄수화물파트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잘못되어 버리니 먹는 동안 묘하게 불편했다. 두 요리 다 머리뚜껑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데, 얼굴은 엉망이다. 예약+오픈런으로 갔는데 음식이 나오기까지 30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렸다. 주차공간은 따로 있지 않다. 직장인 점심 식사로는 적합하지 않다. 집 앞에 이런 공간을 쉽게 갈 수 있다면 ’이번엔 밥이 제대로 됐나‘ 싶어서 다시 방문해 볼 수 있지만, 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재방문은 못할 것 같다. 방문일: 24.9.23.
킷사 동구리
충북 청주시 서원구 수곡로37번길 16-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