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게 된 이후 나의 봄은 고사리와 함께 온다. 사람들은 벚꽃을 따라 꽃구경에 신이 나지만, 나는 고사리를 찾아 중산간을 헤매면서 신이난다. 몇년 전 봄, 고사리 꺾으러 갔다가 덤불에 걸려 넘어져 왼쪽 전방 십자인대를 잃었다. 서울에 가서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았고, 지난한 재활 기간을 겪었다. 짝꿍은 이제 고사리의 ‘고’자도 듣기 싫을거라며 놀려댔지만, 천만의 말씀. 나는 여전히 4월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새벽 이슬 밟으며 중산간으로 간다. 고사리를 ‘똑’ 하고 꺾는 그 순간의 손맛을 알게 된 이후 멈출 수가 없다. 고사리 중독이 이렇게나 무섭다. 고사리 꺾는 일은 무진장 재미있지만 그 이후 씻고, 삶아 말리는 과정은 엄청 손이가고 신경쓸 일이 많다. 이 수고로움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사리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여하튼 이렇게 말린 고사리는 거의 다 부모님께 보내드린다. 양가 부모님의 일년치 나물 반찬이 될 것이다. 내가 먹을 고사리는 말리지 않는다. 고사리 철에 별미로 고사리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고사리 장아찌와 피클로 만들어 둔다. 고사리 장아찌는 삽겹살 구워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다. 올해는 따뜻한 날씨 탓인지 벌써 뱀이 나왔다는 소식에 고사리 사냥은 자체 종료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나의 봄은 고사리와 함께 올테지. #봄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