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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케쉔
추천해요
3년

약과를 오픈런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말이 되더라는. 요즘 한과가 유행이라는데 (실은 연초부터라는데) 모르고 있었다. 몇 주 전에 같은 팀 과장님이 '약과를 시켰는데 한 다라이로 올 줄 몰랐다'며 나눠주실 때에도 '어머, 약과를 다라이로 시키시는 분이 있네'정도였달까. 약과의 그림자는 조금씩 범위를 좁혀와, 친언니에게 '올리브영 상품권으로 뭘 사고 싶냐'고 물었더니 '올리브영에서 판다는 약과'라고 대답했고, 그길로 올리브영에 가서 물어봤더니 직원 분이 (그 질문 수십번 들었다는 듯한) 타성에 젖은 얼굴로 '온라인에서 티켓팅하셔야 돼요'라고 하였다. 웬 약과를 티켓팅...? 그러다 오픈런에 이르렀으니, 그것이 장인더 약과다. 포르투갈전을 보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승리의 기쁨에 젖어 4시 직전에 잠들어 8시에 일어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전은 내가 안 했으니 망정이지. 그나마 날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 눈도 오고 있었거니와 다들 축구보느라 '굳이 오늘 약과를 먹으러 가야겠냐'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고, 덕분에 우리는 계획했던 것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음에도 원하던 모든 제품을 다 사 볼 수 있었다. 10시오픈이라는데 정확히 9시 반이 되니까 문을 열어주셨다. 9시 29분에 도착한 우리는 그야말로 럭키포키가 아닐 수 없었다. 파지약과, 정품약과, 세모약과, 약과빵이라는 네 가지 메뉴에 파지와 정품은 한 사람에 2 개체씩 살 수 있는데, 파지약과는 맛은 같은데 공정 상에서 부서져버린 약과라 갯수를 따지기 힘들어 팩으로 모아서 팔기 때문에 2 팩이고, 정품약과는 2 팩이 아니라 2 "개"다. 세모약과는 한 팀당 하나밖에 못 사는 듯하다. 파지약과는 하루에 800팩, 정품약과는 하루에 150개만 팔고, 세모약과는 하루에 16팩을 판다. 갯수로 가늠해보니 우리가 최소 13번째 팀이었던 듯. (우리 뒤로 3개 남았다) 1인당 1음료 필수라 어쩔 수 없이 음료를 시키긴 했다만, 맛있진 않았다. 모두가 약과만이 목적이기 때문에 다들 약과만 사고 쑥쑥 빠진다. 아무래도 파지약과가 조청이 닿을 면적이 많아 더 달달한 편이고 정품약과는 바로 먹으면 딱딱하다. 그래도 얼른 먹어보고싶은 마음에 뜨거운 차가 담긴 컵에 살살 녹여가며 먹어봤는데, 조각조각 단단하지만 계피향이 확 올라오는 쫀득한 약과라고 생각했다. 아, 맛있긴 하네. 하고 먹었다. 빈속에 먹으려니 기름진 과자가 들어가자마자 속이 요동을 쳐서 2분의 1개만 먹고 고이 접어 두었다. 실제로는 전자레인지에 데워야 그 진가가 나온다고. 거기에 바닐라아이스크림을 얹어먹으라나? 딱 그 소리를 듣자마자, 무적권 이거는 메이커스마크랑 같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쳤다. 집에 얼른 돌아가쟈구~!~!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나뚜루 바닐라 (개인적인 취향으로 투게더는 노노해요)를 사서 올라왔다. 드릉드릉하며 남은 반개를 사악 돌려 먹었는데 미 쳐 따. 일단 바닐라아이스를 올리지 않아도 전자레인지에 돌려 나오면 식감이 대번에 부드러워지면서 뜨끈한 조청이 휘리릭 흘러나온다. (조청이 아니라 꿀인가?ㅎㅅㅎ) 약과만 먹어도 진짜 맛있다. (생전에 약과자체를 데워 먹을 생각을 안 해보아서 비교는 어렵다) 그리고 사람들의 추천대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먹으면? 그리고 메이커스마크 한 입 곁들여주면? 세상에나... 황홀하다. 바닐라 향 씨게 올라오는 이 버번위스키 덕에 몇 개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세모약과는 굳이 사지 않아도 파지랑 정품으로 충분히 만끽 가능하다. 파지약과는 데우지 않아도 딱딱하지 않은 편이라 먹기 좋고 정품약과는 꼬옥 데워 먹어야, 그리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 올리고 위스키 곁들여 줘야 좋은듯. 오랜만에 정말 길게 썼는데 이게 약과 리뷰가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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