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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0
5개월

야들야들한 만두에 매콤한 바지락 한 점, 낙성대 어느 저녁 괜히 마음이 헛헛한 날, 이유 없이 머릿속이 무겁게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날이요. 그런 날엔 혼자서 조용히, 맥주 한 병 놓고 만두나 집어먹는 게 제일입니다. 낙성대 골목 어귀, 작지만 손길 정성 가득한 만두집 ‘화상 손만두’. 이 동네 오래된 식당답게 간판도 수수하고, 실내도 투박하지만 오히려 그 정직한 분위기가 괜히 위로가 됩니다. 맥주 한 병을 먼저 시켜놓고, 메뉴판을 넘기다 ‘모듬 만두’를 골라봅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군만두 세 가지가 한 접시에 나오는 구성. 만두는 왕만두처럼 크진 않지만, 피가 얇고 부드러워서 물리지 않습니다. 특히 김치만두가 인상적입니다. 고기만두보다 훨씬 맛이 뚜렷하고, 감칠맛이 좋네요. 겉모습도 하나하나 다 다르게 빚어져 있어, 누군가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리고 이 집의 숨겨진 별미는 ‘군만두’. 사이즈도 큼직하고, 속이 꽉 찬 스타일입니다. 기름기도 과하지 않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밸런스. 혼자 먹기엔 양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두 분이 오신다면 식사 겸 반주 메뉴로 딱일 듯합니다. 만두만 먹다 보면 약간 느끼해질 타이밍이 있죠. 그걸 딱 잡아주는 게 ‘바지락 볶음’. 매콤하고 간간한 양념에 바지락 살이 꽤 실합니다. 맵싸한 바지락 하나 입에 넣으면, 기름진 만두와도 다시 좋은 궁합이 됩니다. 배불리 먹고 맥주까지 딱 한 병. 기분이 더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덜 심란해진 건 맞습니다. 다시 가방 둘러메고 ㅅㅂㅅㅂ 거리며 회사로 돌아갑니다.

화상손만두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244길 1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