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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5.0
18시간

아마도 오늘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식은 늘 짧고, 사람 마음은 그 뒤를 늦게 따라가죠. 지난주에 급히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닭꼬치가 흔해졌습니다. 전성기라고 해도 될 만큼, 어디를 가든 일본식 야키토리를 만납니다. 잘 굽는 집도 많고, 취향에 맞는 선택지도 넓습니다. 그런데 돼지고기 특수부위를 꼬치로 내는 집은 많지 않습니다. 닭이 넘치는 시절에 돼지의 자리는 더 좁아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 집의 존재가 더 또렷했습니다. 저는 이곳이 “특이해서” 좋았던 게 아닙니다. 메뉴가 기발한 집은 금방 잊힙니다. 대신 한 번 마음에 들어오면, 그 집만의 리듬이 오래 남는 곳이 있죠. 여기서는 시작이 늘 따뜻했습니다. 도테야끼가 먼저 나오면,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잠깐 조용해집니다. 간장의 짭짤함이 먼저 오고, 뒤늦게 단맛이 따라옵니다. 그 작은 온기가, 그날의 꼬치들을 정돈해 줬습니다. 첫 술이 속을 달래면, 다음 한 점은 더 정확해집니다. 고기가 맛있어서라기보다, 순서가 좋았습니다. 늦게 도착해서 항정이 없었습니다. 별일 아닌데도 괜히 마음이 걸립니다. 막차를 놓친 것도 아닌데, 비슷한 허전함이 남습니다. 그래서 돈설과 뽈살, 목살, 울대를 주문했습니다. 접시가 놓일 때마다 불향이 먼저 말을 겁니다. 손이 빨라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 천천히 먹게 되는 편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돈설을 좋아했습니다. 혀라는 부위는 솔직합니다. 잘못 구우면 바로 티가 나고, 잘 구우면 말없이 탄력이 남습니다. 이 집의 돈설은 지나치게 부드럽게 굴지 않았습니다. 씹는 맛이 남아 있었고, 소금이 고기보다 앞서지 않았습니다. 한 점을 넘기고 나면, 다음 한 점을 자연스럽게 찾게 됩니다. 뽈살은 기름이 짧게 번집니다. 오래 붙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목살은 중심을 잡습니다. 울대는 취향을 타지만, 메뉴판에 그런 선택지가 있는 것 자체가 반가웠습니다. 요즘은 무난한 것이 미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난함만으로는 어떤 밤도 기억에 남기 어렵죠. 락희돈은 그 경계에서, 자신이 낼 수 있는 맛을 묵묵히 냈습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가게가 사라진다는 건, 맛이 없어지는 일만은 아니니까요. “여기서는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는 문장이 사라지는 일입니다. 그동안 잘 먹었습니다. 어디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때가 너무 멀지 않았으면 합니다.

락희돈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2길 8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