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년대 중학교 앞에 있었을 법한 분식집. 하지만 내용물은 전혀 학교 앞 분식집의 수준이 아닙니다. 사장님 굉장히 친절하시고 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곰라면과 모듬튀김을 주문했습니다. 곰라면을 끓이시며 처음 왔냐고 물어보시더니 우리는 신라면만 쓴다고 하십니다. 확실히 사골국물에 지지 않을 국물이라면 신라면 정도는 되어야지 싶습니다. 사골라면 국물에서 사골맛과 신라면 특유의 버섯맛이 더해지며 깊은 맛을 자아 냅니다. 면도 딱 꼬들꼬들 하니 익혀 주십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저 위에 고기 고명이 아마도 순대 받고 같이 받은 부산물일것 같은데, 여기서 잡내가 좀 납니다. 잡내 싫어하시는 분은 미리 빼달라고 하시는게.. 그리고 누가 봐도 손수 만든게 확실히 보이는 튀김. 오징어 튀김이 딱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맛입니다. 빠삭하지는 않지만 오징어의 부드러움을 살리는 정도의 튀김에 적절한 간. 돈 주고도 못먹는 맛이죠. 그리고 야채튀김은 모양이 약간 아쉬웠는데, 이건 반대로 약간 빠삭하게 만들었고 야채 숨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야채 튀김에 들어가믄 야채들이 기름과 어울리는 야채들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기름과 잘 어울리듯 기름을 많이 먹기도 해서 기름맛이 진하게 남을때가 있는데, 야채 숨이 살아있는 정도이다 보니 그리 기름을 많이 먹지 않아 좋았습니다. 김튀김은 수제 튀김집이라도 반조리된걸 쓰는데가 많은데 이집은 김튀김도 정말 수제로 만드셨네요. 보통 김튀김을 튀기면 김이 수분을 먹어서 튀김의 빠삭함으로 김의 수분끼를 날리는데 이집은 튀김옷이 부드럽고 김 자체가 빠삭 해서 거기에서 오는 식감이 꽤 흥미롭습니다. 원래 서령 갈려다 대기가 너무 길어서 온건데, 서령이 아쉽지 않을만큼 맛있게 먹었습니다.
라튀순
서울 중구 퇴계로 34 용궁사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