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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0
20시간

을지로에서 가장 힙지로스러운 가게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만한 피자집입니다. 경일옥이라는 상호와 달리 간판은 인쇄소였던 홍복문화사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어,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피자집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설렁탕집 경일옥의 상호를 물려받았고, 중간에 인쇄소를 거쳐 2018년쯤 피자집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작은 4인석 테이블 네 개가 전부인 가게인데, 벽에는 사장님이 여행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찍은 사진과 여러 가지 자료가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노포 분위기의 외관과 달리 음악도 꽤 좋고, 메뉴판에는 처음 온 손님들이 궁금해할 만한 메뉴 설명과 주문 요령까지 잘 정리해 두셨네요. 주문을 받은 뒤 장작을 때고 도우부터 굽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은 제법 걸립니다. 제가 주문한 알트로 베르데는 모짜렐라와 그라노파다노, 리코타에 루꼴라를 듬뿍 올린 피자입니다. 도우는 전체적으로 퐁신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입니다. 테두리까지 부드럽고 폭신한 편이라 바닥이나 끄트머리에 바삭한 식감을 기대했다면 조금 낯설 수도 있겠습니다. 토핑은 치즈의 풍미가 생각보다 진합니다. 모짜렐라의 부드러운 맛에 그라노파다노의 짭조름한 풍미, 리코타의 크리미한 느낌이 더해지는데, 전체적으로 약간 버터리하고 묵직한 인상입니다. 처음 한입은 루꼴라가 워낙 많이 올라가 있어 풀맛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한 조각을 온전히 먹다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치즈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점점 느껴지면서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부분을 루꼴라 특유의 향과 쌉싸름한 맛이 잡아줍니다. 다만 화덕에서 갓 나온 피자인 데다 치즈와 루꼴라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먹다 보면 도우 위로 수분이 맺히는 편입니다. 두 사람이 한 판을 먹기보다는 서너 명이 피자 두 판을 주문할 때 한 판 정도 곁들이면 더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일옥 핏제리아

서울 중구 을지로16길 2-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