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를 좋아하는 와이프가 눈여겨 보던 곳인데 기회가 되어 방문. 수원 전통문화관 맞은편에 길가에 위치한 작은 가게인데 근처를 지날 때마다 늘 웨이팅이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이른 저녁 시간이었는데 웨이팅이 3팀이 있었다. 웨이팅은 가게 앞에 비치된 기계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톡으로 순번을 알려주는 방식. 홀이든 포장이든 일단 똑같이 웨이팅을 해야 하고 순서대로 음식이 나간다. 순번 카톡이 오면 들어가서 자리를 안내를 받고 주문은 키오스크로 한다. 테이블 청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셀프. 주문한 음식을 받아오고 퇴식하는 것이나 물, 접시, 포크, 단무지, 휴지 등을 가져오는 것 모두 셀프이다. 내부도 테이블 6개 정도로 매우 작다. 늘 웨이팅이 있는 이유가 맛있어서인 이유도 있겠지만 내부가 작기 때문에 많은 손님을 수용하지 못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인상깊었던 건, 대기하는 손님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고 설레이는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왜 그런 표정이었는지 우리도 먹어보고 나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농부 세트였는데, 떡볶이 + 순대튀김 + 마요덮밥 + 음료수 1개 의 구성으로 1.6만원이다. 요즘 물가로 따지면 비싸지 않은 가격. 우리는 여기에 떡볶이를 콘치즈 떡볶이로 변경하고 튀김범벅을 추가했다. 콘치즈 떡볶이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너무 달기만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맛이었다. 밸런스가 잘 잡힌 국물 떡볶이에 튀긴 옥수수와 치즈를 얹었는데 입에 짝짝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었다. 떡도 쫀득함이 잘 살아있었고 적당히 들어간 소세지의 풍미가 전체적인 맛과 잘 어우러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흔하게 맛보기 힘든 시그니쳐 구성이니 이 곳에 들르면 꼭 콘치즈 떡볶이를 가장 먼저 먹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맵기는 보통맛이 약간 칼칼하게 매운 정도? 하지만 캡사이신 때려부은 그런 매운 맛이 아니라 맛있게 매운 맛이었고 먹고 나서도 속이 불편하지 않았다. 순대 튀김은 주문할 땐 튀김옷을 두껍게 입혀서 튀긴 김말이 느낌일 줄 알았는데 순대 자체를 그대로 튀겨내서 양념치킨 소스와 함께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김말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맛. 여기가 전반적으로 튀김을 참 잘 한다고 느낀 게 겉만 바삭하게 튀기고 안에는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잘 살아있었다. 순대튀김 뿐만 아니라 튀김 범벅에 튀겨져 나온 떡을 먹으면서도 와이프와 둘이 이구동성으로 여기 튀김 진짜 잘한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훌륭한 튀김 실력이다. 튀김 범벅은 순대, 떡, 팝콘만두, 가라아게 등을 소스에 버무려 나오는데, 순대 튀김에 양념 소스가 같이 나오는 줄 알았다면 튀김 범벅 보다는 모듬 튀김을 주문했을 것인데 조금 중복되는 맛이라 아쉬웠다. 하지만 구성이 겹치는 것이 아쉬운 것이지 맛 자체는 아주 훌륭했다. 두 개 정도 들어가 있는 가라아게 역시 속살이 꽉 찬 맛이어서 재료를 허투루 쓰지 않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요 덮밥의 토핑은 치킨이었는데, 탄수화물을 많이 먹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는 여기에 밥 까지는 좀 버거웠다. 하지만 이 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은 한창 먹을 나이의 청소년일 테니 이건 우리에게만 버거운 부분일 것이다. 치킨 토핑도 실하고 너무 단맛이 강하지 않은 밥이라 매콤한 떡볶이와 어울려 꿀떡꿀떡 잘 넘어가는 맛이었다. 무조건 재방 의사가 있고, 다음에는 매운 짜장 떡볶이와 모듬 튀김을 꼭 먹어보고 싶다. 가게를 나서는 우리 표정도 들어오면서 봤던 그 아이들 표정처럼 밝게 빛나지 않았을까 싶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떡볶이 농장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9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