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을 맞아 방문한 곳. 최근에 고기 종류를 많이 먹어서 스시가 땡긴다는 말에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선정릉 입구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이미 유명한 곳인 듯 하니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블로그를 좀 찾아봤는데 디너가 좀 더 구성이 좋긴 하지만 소식좌의 경우 다 못 먹을 수도 있다는 말에 둘 다 소식좌인 우리는 런치로 결정. 런치와 디너의 가격 차이도 꽤 컸는데 그만큼 구성이나 양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게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한 번에 3~4팀 정도만 예약을 받으시는 것 같고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각 팀 사이에 공간을 넉넉히 두어 부담이 없어 좋았다. 정갈하게 세팅된 플레이트에는 기본 찬으로 궁채와 생강이 나오는데, 이 궁채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식감은 물을 꼭 짜낸 단무지 같이 꼬독꼬독 한데 자극적인 맛 없이 프레시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아서 세 접시 정도는 해치운 듯. 오마카세를 잘 해봐야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입장이라 음식에 대해서 평을 한다는 건 주제넘은 짓인 것 같고, 내가 좋았던 메뉴를 순서대로 다섯 개 정도만 나래비 해보면, 1등은 우니를 올린 단새우. 이 날의 베스트였다. 단새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위에 올라간 우니 양이 어마어마해서 임팩트가 있었고 심지어 신선했다. 이걸 김으로 아래를 받쳐서 요리사 님께서 건네주시는 것을 받아 입에 넣는데 그 순간의 맛, 향, 풍미, 식감 어느 하나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2등은 참치 뱃살. 참치 등살이 먼저 나오고 뱃살이 바로 뒤이어 나오는데, 비주얼이나 식감, 탄력은 등살이 좋았지만 뱃살을 입에 넣었을 때 사르륵 풀어지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왜 사람들이 참치 뱃살 참치 뱃살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 3등은 삼치. 볏짚으로 훈연하여 간장에 절였다고 하는데 묘하게 삼치구이 맛도 나면서도 내가 알던 삼치의 맛이 아닌 그 느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초반에 와우! 소리가 나게 만든 메뉴. 4등은 청어. 비린 맛이 하나도 없고 칼집을 세밀하게 넣은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식감이 몽글몽글해서 재미있다. 충분히 베스트에 꼽을만한 훌륭한 맛. 마지막으로 5등은 초밥이 아닌 계란찜이다. 차완무시라고 해야 하나. 어쨋든 일본식 계란찜. 여기 계란찜은 몰캉한 생선이 살짝 올라가 있고 트러플 향이 꽤 강하게 나는데, 트러플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매력있게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맛이 없다거나 부족해보이는 부분 없이 다 맛있었다. 조용조용한 분위기도 좋고, 특히 초밥 하나씩 내주시면서 설명해주실 때 사용하시는 용어를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으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갔던 초밥집, 특히 오마카세 집에서는 다 일본어 용어를 사용해서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은 들어도 뭔지 잘 몰랐는데 이곳 요리사 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말 용어로 설명해주셔서 어떤 재료인지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초보처럼 보여서 우리한테만 그렇게 하시나? 라고 처음에 생각했었는데 거기 오신 모든 손님분들께 똑같이 하시는 것을 보니 요리사 님의 소신(?) 같은 것인가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앵콜 스시가 없었다는 것. 그동안 갔던 곳에서는 맛있었던 거 말씀해주시면 한두 개 더 만들어 드릴께요 했었던 터라 살짝 기대했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디저트는 딸기와 모나카인데 이건 쏘쏘였고 차라리 디저트 직전에 나왔던 온소바 쪽이 좀 더 기억에 남는다. 워낙 유명한 곳이니 한 번쯤 와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위치도 밥 먹고 선정릉 산책하기 딱 좋은 위치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마카세를 즐기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런치 기준이다. 인당 8만원 런치 가격에 이정도 퀄리티라면 충분하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2배 가격인 디너라면.. 약간 갸우뚱 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가격 만큼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물론 디너는 구성도 다르고 재료도 다르고 전체적인 양도 다를테니 내가 경험해보지 않고 판단할 부분은 아닐 것이다. 다시 방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격 부담이 있는 오마카세인 만큼 내 지갑 사정으로는 안 가본 곳 위주로 가게 되고 재방문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만약 언젠가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에도 꼭 우니 단새우 초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나는 이 곳을 방문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잘 먹었습니다!
스시산원
서울 강남구 선릉로100길 42 LG 선릉에클라트A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