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에 위치한 독특한 우동집. 네갈래길 골목 모서리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보면 엄청 작은 우동집처럼 보이지만 왼쪽에서 보면 꽤 규모가 있는 우동집이다. 2인석 테이블 몇 개와 다인석 테이블을 합쳐서 많이 받으면 10팀 정도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정도이니 아주 작지는 않다. 문은 어느 쪽으로 들어가도 관계 없다. 가게 곳곳에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면서도 위트 있는 글귀들이 써있고 벽 한 켠에는 셀럽들의 싸인도 보였다. 점심시간을 살짝 지난 주말 3시에 가서 웨이팅은 없었지만 치열했던 점심시간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닭튀김 우동과 생연어 냉모밀, 그리고 새우튀김. 먼저 생연어 냉모밀. 맛집 구력이 낮아서인지 몰라도 냉모밀에 연어를 올린 메뉴는 난생 처음 보았다. 아내와 나 둘 다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 곳의 시그니쳐 메뉴인 것 같아서 주문을 하긴 해야겠는데 냉모밀과 연어가 매치가 되지 않아서 다소 망설였지만 용감하게(?) 주문. 결과적으로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연어와 냉모밀의 조합이 예상 외로 합이 잘 맞았다. 거기에 신선한 양파, 채소, 그리고 해조류인지 버섯인지 잘 모르겠는데 미역 줄기처럼 생긴 까만 고명이 있는데 이게 쫄깃한 식감을 더해주면서 메밀면과 연어와 함께 다채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간이 약간 센 편이라 먹고 나서 물을 좀 많이 마시게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닭튀김 우동. 다행히 닭튀김을 우동 안에 넣어서 주지는 않았다. 예전 블로그 리뷰 보면서 살짝 걱정했던 부분. 우동과 닭튀김이 따로 나오는데 우동 역시 고명이 실하고 면발의 식감이 좋았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맛이라는 느낌. 우동의 경우에는 냉모밀과 달리 간이 좀 약한 편이다. 보통 우동을 먹으면 국물이 좀 짭짤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여기 우동은 그런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나오는 닭튀김은 장각을 통으로 튀겨서 나오는데, 마치 흑화하기 전 예전의 KFC 크리스피 치킨의 느낌이다. 살이 실하고 튀김이 바삭해서 먹는 맛이 있다. 닭다리만 따로 먹을 수도 있지만 사이드로 따로 주문하기에는 가격이 좀 센 편. 다만 아쉬웠던 건, 우리 테이블에는 손가락 비닐 장갑을 주지 않으셨다는 것. 그런 걸 주는줄도 몰랐는데 다 먹고 나가면서 보니 다른 테이블에는 손가락 비닐 장갑이 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조금 아쉬웠지만 원래 닭다리는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먹어야 제맛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새우튀김은 6조각이 나오는데 독특하게 쯔란 양념이 되어서 나왔다. 새우튀김 자체는 맛도 있고 잘 튀겨져서 바삭바삭 했는데 겉보기에 쯔란 양념이 잔뜩 묻어있는 것 대비 그 풍미는 느껴지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호불호를 걱정한다면 쯔란을 닭튀김 소금처럼 따로 내어주던가, 그게 아니라면 좀 더 제대로 쯔란의 강한 향이 느껴지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고명이나 사이드 메뉴에 생양파가 같이 나오는데, 생양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파가 신선했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크한 메뉴 구성도 그렇고 예전 블로그들을 보면 메뉴의 구성 혹은 같은 메뉴라도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피드백을 받고 더 맛있는 음식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인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이번에 먹어보지 못한 메뉴가 있어 조만간 재방 예정. 바질을 좋아하는 아내는 바질 소바가, 나는 근본의 맛인 기본 열두알 우동이 궁금하다. 가급적 너무 더워지기 전에 재방을 해야겠다. 행궁동 답게 주차할 곳이 따로 없으니 가급적 도보 이용을 추천. 식사 시간 맞춰서 가면 웨이팅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이 되니 웨이팅을 싫어한다면 애매한 시간에 방문하자. 그리고 열두알 우동집을 이용하면 근처에 있는 카페를 1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카페를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았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열두알 우동집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801번길 3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