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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요
1년

장안문을 잇는 성곽 근처를 거닐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한옥 카페. 생긴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상 카페라서 그런지 외관의 색이 선명하고 깨끗해서 마치 세트장 건물 같은 느낌이 드는 이 곳은 여러모로 눈에 확 띄일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이다. 특히 바로 옆 다소 심심한 빨간 벽돌의 건물과 대비가 되면서 더더욱 도드라진다. 溫柔與月. 상호에 대해서 해석이 적혀있지는 않은데, 대충 달과 같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떤 감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달을 담아 마시는 차가운 불을 파는 것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그런 상호가 아닌가 싶은데 어쨋든 가게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한자로 새겨진 현판 외에 한글 로고 디자인도 독특해서 여러모로 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인상적인 곳이다. 온유여월에는 1층과 2층 각각 1개의 룸을 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예약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1층 사랑방은 전화 예약이 가능하고 2층 사랑방은 선착순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 전에 1층 사랑방을 예약했는데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되어서 2층에서 홀에 있다가 시간에 맞추어 사랑방으로 옮겼다. 1층은 소파식이고 2층은 좌식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2층이 좀 더 프라이빗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1층은 카페 입구 바로 들어오자마자 위치해 있어서 입구 지나가면서나 마당 자리에서 어느정도 보이는 편이다. 마당 쪽 창문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긴 하지만 암막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보이는 건 감수해야하는 편. 다만 의외로 방음이 잘 되어서 사랑방 문을 닫으면 외부 소리는 거의 차단된 상태로 부드럽게 흐르는 음악과 함께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2층 홀은 뷰가 괜찮았는데, 마당과 한옥이 내려다보이는 2층 안쪽 창가 자리를 특히 추천한다. 그리고 홀 자리의 경우 1층보다는 2층 테이블이 조금 더 넓은 편이니 이 또한 참고. 2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이 다소 가파른 편인데 음료를 직접 가지고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발 아래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일단 2층에 자리잡은 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블루베리 레몬 에이드, 그리고 양갱 세트와 붕어빵 모양의 양갱을 먼저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나쁘지 않은 무난한 맛. 블루베리 레몬 에이드의 경우 밖에 있을 때 좀 더워서 시원하게 마시려고 주문했는데 선택을 좀 잘못 한 것 같다. 잔이 좁고 깊은 와중에 사이즈가 큰 각얼음이 빼곡하게 차 있고 그 밑에 레몬 시럽과 블루베리가 깔려있는데 얼음이 꽉 차서 잘 저어지지 않았고 그만큼 음료의 양도 너무 적었다. 블루베리가 밑에 많이 깔렸는데 얼음을 빼지 않고서는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런 좁은 잔에는 커피빈 같은 곳에서 주는 잘잘한 얼음이 어울릴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던 부분. 시그니처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내 불찰인가. 온유 라떼나 여월차를 마셨다면 어땠을까 살짝 후회된다. 양갱의 경우 예쁜 그릇에 빛깔이 영롱한 3가지 양갱이 나오는데 사진이 참 예쁘게 나온다. 크기가 많이 작아서 3개 다 해도 양은 얼마 되지 않으니 가성비를 중시한다면 굳이 주문하지 않아도 좋다. 색도 예쁘고 금가루도 올라가 있어서 보기에는 좋지만 맛 자체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얼그레이가 가장 호불호 없이 먹을만한 맛이었고 흑임자는 많이 달았으며 곶감은 식감이 기대와 달랐다. 퍼석퍼석하게 부서져나가는 게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냉장고 신선칸에 잘못 들어갔다 나온 도토리묵 같은 식감이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세트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주문한 붕어빵 양갱이 맛은 제일 괜찮았다. 어느정도 먹다가 시간이 되어 사랑방으로 옮기면서 음료와 디저트를 조금 더 주문했다. 추가 주문한 메뉴는 라즈베리 넥타 아이스티와 호두 크림치즈 곶감말이. 라즈베리 넥타는 기대했던 것 보다는 좀 덜 새콤했지만 싱그러운 향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차라리 에이드 말고 이걸 주문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곶감말이의 경우 냉동되어 있는 것을 잘라주는데 받자마자 먹었을 때는 너무 차가워서 식감도 서걱거리고 특히 치즈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차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상온에서 살짝 녹아서 풀어졌을 때 먹으니 진짜 맛이 느껴졌다. 견과류와 치즈, 그리고 곶감이 어우러지는 풍미와 식감이 훌륭했다. 이 곳에서 단 하나의 디저트만 먹어야 한다면 양갱 보다는 이 메뉴가 좋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맛 보다는 장소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참 좋아서 한 번쯤 더 오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음료는 꼭 시그니처 음료로 마셔봐야겠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온유여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6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