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부모님 식사 대접을 위해 꽤 오래전부터 예약해서 방문한 횟집. 홀이 꽉 찬 상태로 계속 회전이 되는 것을 보니 정말 인기있는 맛집이 맞는 것 같았다. 다녀오고 나니 드는 생각인데, 가게 분위기가 힙하고 정신없고 테이블 간격도 좁고 해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예약할 때 미리 메뉴도 같이 주문을 했다. 애초 계획은 도화새우 한 상에다가 참치 사시미 2~3인분을 추가하는 것이었는데, 직원분이 일단 도화새우 한 상을 드셔보시고 나중에 추가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여 말씀대로 주문. 결과적으로 참치는 안 시키길 잘 했다. 도화새우 한 상 양이 넉넉해서 네 명이 딱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기 때문. 코스는 전복죽 -> 회 -> 새우머리 튀김 -> 구이 -> 튀김 -> 탕 -> 디저트 순서. 먼저 밑반찬의 조합이 신선하다. 먼저 크림 치즈가 있고 옆에는 젓갈이, 그리고 생당근과 마늘쫑이 나온다. 각각의 밑반찬이 전부 극단적인 맛이다. 크림치즈는 쫀득달달하고 젓갈은 짜고 마늘쫑은 생마늘을 먹어도 이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싶을 만큼 마늘향이 강력하다. 중재자 없이 서로 총구를 겨누는 황야의 무법자들 같은 느낌? 크림치즈가 맛있어서 엄청 먹으면서도 속으로는 회를 먹을 건데.. 이렇게 맛이 쎄도 괜찮은가? 싶기는 했다. 애피타이저로 죽이 나온다. 무슨 죽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블로그를 보니 전복죽이 나왔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무리 봐도 전복죽 같지는 않다. 전복 향도 없었고 씹히는 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건강검진센터 1층에서 팔 것 같은 그런 죽이다. 죽을 먹고 나면 바로 커다란 회 접시가 나온다. 각종 생선회와 먹기 좋게 껍질이 발라져 나온 도화 새우, 그리고 우니와 마끼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솔직히 가격대 생각하면 진짜 혜자로운(?) 구성이 맞다. 그리고 해동이나 숙성을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땡땡 얼어있는 그런 회가 없이 다들 식감이 살아있었다. 물기가 많이 제거된 상태의 우니도 크게 한 덩어리 올라가 있어서 김에 회랑 같이 얹어서 먹으니 괜찮았다. 그렇게 막 엄청 고급 우니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맛을 해칠 정도도 아닌 먹을만한 우니였다. 특히 도화 새우는 머리를 잡고 호로록 먹을 수 있도록 잘 손질이 되어서 나오는데, 살을 먹고 나서 머리를 모아두면 가져가서 바로 튀겨서 내어주신다. 겉은 바삭하게 안에 내장은 촉촉하게 튀겨주시는데 도화새우 머리가 그렇게 부드럽지는 않아서 튀겼어도 먹기에 편하지는 않다. 아마 아주 바삭하게 튀긴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께는 호불호가 좀 갈릴 듯. 회를 먹고 나면 구이가 나온다. 직원분이 접시를 놓으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나는 농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다. 다른 블로그를 보니 도미 구이를 드신 분도 계신 것 같은데.. 나는 농어라고 들었던 것 같다. 구이 생선이 고정이 아니라 그때그때 바뀌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이 구이가 진짜 맛있다. 매콤한 양념이 발라진 생선구이와 밥 한 덩어리, 그리고 쪽파와 양파를 같이 집어서 한 입에 넣으면 극락이 따로 없다. 보들보들한 식감의 생선살이 아무런 저항 없이 스스륵 풀어지면서 양념과 밥과 같이 조화를 이룬다. 이 구이만 따로 더 주문해서 먹고 싶을 정도. 구이 뒤에 나오는 튀김도 막상막하다. 가자미 튀김이었는데 한 입 베어물고 이거 도미 아니야? 하는 생각에 직원분께 도미 아니고 가자미 맞냐고 다시 여쭤봤을 정도. 구이와 튀김이 임팩트가 굉장하다. 하지만 둘 중에는 구이가 더 좋았는데, 튀김의 경우 생선 외에 같이 튀겨져 나온 게 마늘쫑 튀김 밖에 없었고 - 마늘쫑 튀김이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 소스 삼아 나온 비트 고구마 무스가 튀김하고 전혀 안 어울렸다. 차라리 발사믹 식초 조금 담아서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비트 고구마 무스가 색은 예쁘지만 맛에 있어서는 전혀 어우러지지 않고 맛있는 생선 튀김 맛을 죽이는 느낌까지 있었다. 튀김까지 먹고 나면 샤브샤브가 나오는데 이름이 샤브샤브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그냥 전골에 가깝다. 맛은 깔끔하고 특히 버섯이 가득 들어있는데 버섯이 양도 많고 그 자체의 향도 강렬해서 후각적으로도 굉장히 풍성한 느낌을 주었다. 구이와 튀김을 연속으로 먹은 입 속을 깔끔하게 정화해주는 아주 좋은 메뉴이다. 샤브샤브라고 해서 혹시 칼국수 사리도 한 주먹 정도 나오나 싶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마지막 디저트. 이 디저트가 또 임팩트가 아주 강렬했는데, 슈가 파우더 가득한 그릇에 호두 등 견과류를 얼린 것을 묻어서 내어주었다. 이런 디저트는 처음이었는데, 얼린 호두와 고운 슈가 파우더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호두가 더욱 차갑고 시원하게 느껴지게 해주었고 청량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많이 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호두 자체가 가지는 묵직하고 기름진 맛이 단맛을 약간 눌러주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쨋든 굉장히 매력적인 디저트인데, 만약 집에 누군가를 초대할 일이 있으면 따라해봐야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요즘 물가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금액에 훌륭한 사시미 코스를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냠냠물고기가 장사가 잘 되어서 2호점 3호점도 바로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각 분점은 서로 다른 컨셉으로 운영이 되는 것 같았다. 예약할 때 주의해야 할 듯 하고 가게 근처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 우리는 경찰병원 고객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방문했는데 만약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라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만족하셨고 이 곳을 선택해 방문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냠냠 물고기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30길 41-2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