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체크해두었던 곳. 봉평에 있는 한정식 집 이름이 흔들바위인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가게 안에서 적혀있는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장님이 옛날부터 흔들바위라는 이름을 의미있게 여기셨던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방문해서 읽어보면 좋을 듯. 가게가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이다. 직원들이 친절하다 라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다. 가게 구석구석 묻어나는 사장님의 가게와 음식에 대한 애정, 살아내온 흔적들이 그런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방문 전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봤을 땐 게장 정식, 고등어 구이 정식 이런 식으로 메뉴가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번에 방문해보니 1인당 기본 정식을 주문하고 게장, 고등어 구이 등은 추가 단품으로 주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훨씬 직관적이라서 좋았다. 메뉴판도 간결해지고 먹고 싶은 만큼 단품으로 주문하면 되기 때문에 주문하는 입장에서도 결정하기 편하다. 우리는 정식 2인분에 간장게장과 고등어 구이를 주문했다. 먼저 밥과 나물 반찬이 세팅이 되었다. 갖가지 산채 나물은 각각 고유의 향내가 강렬해서 하나하나 먹어보는 맛이 있었고 황태구이, 감자 조림과 두부 탕수는 산채 나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기름과 양념의 맛을 채워주었다. 황태구이는 평창 숙서 근처에서 먹었던 황태 전문점보다 훨씬 맛있어서 깜짝 놀랐고 능이버섯을 기름소금장에 찍어먹는 것도 처음이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소금이 살짝 짜기 때문에 너무 많이 찍지 말고 살짝만 찍어서 먹는 게 좋겠다. 여기에 곤드레가 들어간 된장국과 감자떡까지. 음식들은 모두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있어 보기에도 먹음직 스러웠다. 만약 식사를 조금 가볍게 하고 싶거나 채식을 하는 타입이라면 이것 만으로도 충분한 식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추가 주문한 메뉴는 간장게장이 먼저 나왔다. 3마리라고 되어있었는데 사이즈가 작지 않은 편인 데다가 살도 튼실하게 들어있어서 입 안에 가득 넣고 씹으니 만족감과 행복감이 강하게 피어올랐다. 껍질도 많이 단단하지 않아서 다리쪽도 이로 씹어가면서 살을 쪽쪽 맛있게 발라먹었다. 블로그에서 봤을 땐 간장이 짜지 않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땐 간장이 조금 짠 편이었다. 아마도 계절에 따라 간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짜진 않지만 밥 없이 먹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정도? 게장을 흡입하는 도중에 고등어 구이가 나왔다. 이 고등어 구이, 일단 사이즈부터 엄청나다. 거의 얼굴만한 고등어가 나오는데 비린내가 하나도 없고 반으로 가른 양쪽으로 살이 튼실한데다 간이 슴슴해서 게장과 정말 잘 어울렸다. 게장 한 입 쪽 빨아먹고 고등어 살 큼직하게 떼어서 입에 넣으면 그야말로 축제 그 자체인 것이다. 정말 맛있게 먹은 곳이라 나중에 부모님, 그리고 장인 장모님 모시고 여러 번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을 그런 곳이다. 식사 후 가게 옆에 보면 '흔들 산채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가게에서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나물이 심어져 있어 잠깐 산책 삼아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정원으로 활용하는 공간까지 합하면 부지가 상당히 넓은데 가게 보다는 정원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한 것을 보면서 사장님이 어떤 마음으로 가게를 운영하시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을 경험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이 가게에서의 식사가 끝나는 것이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흔들바위
강원 평창군 봉평면 태기로 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