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가게에 돈까스 먹으러 갔다가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아내가 예전에 이 곳의 들깨면을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고 해서 그럼 여기서 먹자 해서 방문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성공. 내부는 깔끔한 동네 식당인데 메뉴판도 깔끔하고 청결 상태도 좋았고 사장님의 친절한 응대 덕분에 기분도 업이 되었다. 메뉴를 둘러보니 세트 메뉴가 있어서 오삼불고기 + 들깨면 으로 주문. 사실 닭불고기도 궁금하고 감자전도 궁금했지만 닭은 전날 먹었고 감자전까지 다 먹을 자신이 없었다. 언젠가 또 와서 감자전은 꼭 먹어봐야지. 도토리묵과 김치, 샐러드로 이루어진 밑반찬이 나오고 들깨면이 먼저 나왔다. 들깨면은 따뜻하고 걸쭉한 들개 국물이 인상적이었는데, 부추와 김가루가 어우러져서 엄청 고소했다. 그 중에 특히 김가루가 넉넉하게 들어간 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었던 풍미를 산뜻하게 끌어올려 주었다. 들깨면이라는 메뉴 자체를 처음 접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말았다. 들깨면에 이어 오삼불고기가 나왔다. 다 익혀서 나오고 양이 푸짐하다. 그리고 섞기 위해 숙주를 들추는 순간 불향이 확 올라오면서 입맛을 돋운다. 이렇게 기분좋게 퍼지는 불향은 참 오랜만이지 싶다. 구성은 숙주가 거의 대부분이고 오징어와 삼겹살의 양은 다소 적은 편. 그래서 이것만 가지고는 둘이 식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면이든 감자전이든 하나는 있어야 2인 식사가 완성될 정도의 양이다. 숙주 지분이 많긴 하지만 칼칼하고 적당히 단 맛이 도는 국물이 인상적이어서 밥 비벼먹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었다. 오삼불고기의 경우 식으면 국물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강해지는 편이니 가급적 뜨거울 때 빨리 먹어치워버리자. 보통 이렇게 들깨면 국물과 오삼 불고기 국물처럼 전혀 다른 종류의 국물이라면 앞접시를 두개 따로 쓰거나 하는 편인데 이 곳의 음식은 두 국물이 한 접시에서 섞여도 전혀 불편함이 없이 맛이 잘 어우러지는 게 참 희한했다. 그만큼 음식 궁합이 참 잘 맞는다. 아내는 들깨면을 예전에 먹었을 때는 훨씬 더 걸죽하고 꾸덕한 느낌이었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그정도로 꾸덕했으면 아마 거부감이 좀 있었을 것 같다. 지금 정도가 나 같은 들깨면 입문자에게는 더 좋은 형태가 아닌가 싶다. 우연히 들르게 되었지만 좋은 식당을 알아가게 되어 기분이 좋다. 다음에는 꼭 감자전을 먹어보고 싶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부엌쟁이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23길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