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에서 맛보는 제주 밥상. 기대감이 컸다. 수원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통문어가 올라간 덮밥이라니. 오래전부터 지켜보던 곳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블로그나 인스타 사진을 보면서 그 비주얼에 군침을 흘리며 기대감은 더욱 커져갔다. 그리고 드디어 방문의 날. - 위치 장안 사거리에서 이어지는 행리단길 메인 스트리트 코너에 위치해서 위치가 아주 좋다. 오며가며 눈에 잘 들어오는 위치이기도 하고, 돌하르방이 시선을 제대로 끌어주기 때문에 주목도도 좋다. 나도 행궁동 오가는 길에 보게 되어서 찾아보게 된 곳이었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주차 공간은 전혀 없다. - 공간 제주의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곳곳에 놓여진 소라껍데기나 웨이팅 의자의 선명한 색채가 주는 느낌도 그러하고 내부 곳곳에 위치한 소품들이나 타일과 나무로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도 묘하게 제주의 느낌이 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가게 모습도 예쁘지만 가게 내부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의 모습도 참 예쁘다. 가게가 넓지는 않지만 공간을 알차게 사용하면서 예쁘게 잘 꾸며놓은 모습이 흠잡을 데가 없다. - 메뉴 메뉴 구성이 단촐하다. 4개의 덮밥 - 돌문어 / 딱새우장 / 전복장 / 간장제육 - 으로 구성된 심플한 메뉴. 이러한 메뉴 구성도 내가 기대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메뉴가 이것저것 많은 것보단 적은 숫자에 집중하면 아무래도 개별 메뉴의 퀄리티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경험적인 믿음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덮밥 외 사이드 메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성인 둘이서 덮밥 두 개로 양이 차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곁들일 사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문어 덮밥을 파니까 문어 한 마리 통쨰로 구워서 팔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게다가 주류도 팔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웠다. 우리는 고민하다 돌문어 덮밥과 딱새우장/전복장 반반 정식, 그리고 한라봉 에이드를 주문했다. - 음식 먼저 공통적으로 나오는 반찬이 양배추 김치(?)와 계란말이 2점, 방울토마토 한 개가 올라간 샐러드, 그리고 게를 넣고 끓인 향이 나는 된장국이다. 여기에 와사비가 나오는데 직접 갈아서 나오는 와사비로 보이고 꽤 진한 맛과 향이 나니 조금씩 올리는 것을 추천. 반찬이 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양이 너무 적었다. 특히 샐러드는.. 좀 너무하다 싶은 느낌. 이렇게 줄거면 샐러드 빼고 그냥 양배추 김치를 좀 더 담아주면 좋겠다. 된장국은 향이 꽤 좋았고 음식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메인 메뉴, 먼저 돌문어 덮밥. 손바닥 만한 문어 반 마리가 아주 빨갛게 양념이 되어 올라가 있다. 문어가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는 많이 작다. 새빨간 색깔처럼 쏘는 듯한 매운 맛이 아주 강한데 희한하게 간은 밍밍하다. 슴슴하다? 아니, 밍밍하다가 더 맞는 표현인 듯. 맵기가 정말 상당해서 매운 걸 잘 먹는 아내도 힘들어할 정도였다. 맵찔이라면 주의. 그리고 반반 정식. 돌문어 덮밥은 그래도 사진과 비슷한 느낌인데 딱새우와 전복은 크기에서부터 당황하게 만든다. 너무 작다. 설명에는 딱새우 머리의 장을 긁어서 밥에 넣어 먹으라고 되어있는데 긁어도 나오는 게 없다. 살은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크기. 손질이 잘 되어 있어서 꼬리와는 쉽게 분리가 되었다. 전복은 딱새우보다는 사이즈가 좀 있었지만 해감이 덜 되었는지 살짝살짝 바스락 거리는 게 씹혔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돌문어 보다는 새우전복 쪽이 입에 맞았다. 간장으로 간을 맞출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딱새우 반반 말고 그냥 전복만 있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한라봉 에이드는 가성비가 좋다. 스벅 커피도 4500원은 받는 시절에 이정도 맛의 에이드가 4천원이면 말 그대로 혜자다.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메뉴. 음식은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은데 에이드는 또 단맛이 꽤 강한 편. 덕분에 밸런스는 맞는 편이다. - 분위기 뭔가.. 전반적으로 <여유롭다> 는 느낌이 강한 곳이다. 특히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테이블을 치우는 것도, 주문을 받는 것도,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모든 것이 여유롭다. 개인적으로는 좀 덜 여유로워도 좋을 것 같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가게 문 열고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5분이 넘도록, 오가는 직원 세 명과 눈이 몇 번이나 마주치면서도 누구 하나 오셨느냐 몇 명이냐 주문 하겠냐 소리 없이 자기들 할 일만 느릿느릿 하고 있는 모습은..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친절했느냐? 라고 하면 또 불친절 까지는 아니다. 애매하고 낯설고 생경한 느낌에 가깝다. 그게 이 가게 컨셉이라면 할 말은 없다. 잘 꾸며놓은 공간에 걸맞는 음식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방문 의사는 없다. 이런 경험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잘 먹었습니다.
행궁 애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46번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