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오면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로컬 카페 체인이 몇 개 있다. 정지영도 있고 서동진도 있고, 또 메가 커피나 컴포즈 커피 보다도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뜰 커피도 있다. 그 중에 정지영 커피 로스터즈는 북수원 행궁동 부흥의 선봉장이자 상징인 곳이다. 행궁동 근처에 3개의 지점이 있고 수원 야구장과 망포에도 지점이 존재하는 정지영 커피는, 행궁동 행리단길이 지금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는 터를 닦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번에 바운한 곳은 장안문점으로 수원 화성의 화서 방면 성광의 시작 지점에 위치해 있어 성곽뷰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지영 커피의 공간적 특징은, 적어도 행궁동에 있는 정지영 커피는 카페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만들어진 공간에 카페가 녹아든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컨셉의 카페가 여럿 있지만 정지영 커피는 독보적이다. 이는 본점 뿐만 아니라 화홍문점과 장안문점에서도 공통되게 느껴지는데, 기존에 있던 건물의 외관과 뼈대를 최대한 살리면서 그 안의 인테리어와 조명의 색채로 은은한 통일감을 준다. 장안문점의 경우 네이버 지도에서 2017년 이전 시간대로 보면 주택과 버스 부품 상사가 자리잡은, 기름 냄새가 풍기고 낡고 녹슨 느낌을 가진 구시가지 건물일 뿐이었다. 그런 카페가 지금 어떻게 탈바꿈 했는지를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기묘하게 배치된 공간들과 그 공간마다 어우러지는 제각각의 테이블, 제멋대로 단차가 나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규칙한 플로어와 계단이 절반쯤 잘려나간 것 같은 루프탑 동선까지. 제멋대로이고 흐트러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어떤 카페보다 세심하게 관리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이건 와서 직접 봐야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이곳은 그냥 커피도 맛있지만 코코넛 커피가 정말 맛있다. 개인적으로 코엑스 콩 카페에서 마신 것보다 여기서 마신 코코넛 커피가 훨씬 풍미가 진하고 베트남 스러운 느낌이 났다. 정말 맛있으니 정지영 커피에 오게 된다면 많이 마시는 아메리카노나 플랫 화이트, 흑임자 메뉴 뿐만 아니라 이 코코넛 커피를 꼭 마셔봤으면 좋겠다. 이날 우리는 코코넛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아이스크림도 쫀득하니 맛있어서 아포가토도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날 먹은 건 아니지만 정지영 커피에서 또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바로 크로아상 러스크 이다. 이거 진짜 한 번 열면 멈출 수가 없다. 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중독적인 식감과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지영 커피의 시그니쳐 중 하나가 바로 종이로 만든 트레이인데, 정지영 커피에서 서비스하는 종이컵이 정확하게 딱 끼워지는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곳처럼 트레이를 들고 가면서 흔들려서 쓰러질까봐 걱정할 일이 전혀 없다. 게다가 친환경이다. 특히 정지영 커피 처럼 복잡한 공간의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 손님들이 좁고 거친 계단을 오르내리다 음료를 쏟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정말 '힙하게'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별거 아닌 것을 제대로 하는 카페가 진짜배기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요즘 화성 성곽 보수 공사중이라 장안문점에서 보는 성곽뷰가 그닥 예쁘지가 않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안문점 2층 성곽이 보이는 바테이블이 위치한 이 공간 자체가 너무 예쁘다. 성곽 공사뷰면 어떠한가. 그 공간 안에서 행복한데. 행궁동에 놀러올 기회가 있는 분들은 꼭 정지영 커피를 한 번쯤 들렀으면 좋겠다. 특히 행리단길 복판에 있는 본점이나 방화수류정 근처의 화홍문점 대비 장안문점은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니 오히려 추천한다. 많은 생각과 느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이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정지영 커피 로스터즈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905번길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