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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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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처음에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에그 타르트 집인 줄 알았다. 이 곳의 메뉴는 파스타, 오믈렛인데 파는 음식과 잘 매칭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독특한 이름이라 기억에 잘 남는 이름이기도 하다. 행궁 성곽 서쪽 화서문 바로 근처에 있는 한옥 스타일 외관의 음식점이다. 이 화서문 근처가 조용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산책삼아 나와서 저녁 먹고 들어가면 참 좋은 위치이다. 다만 도로에 인접해있는 게 아니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데, 화서문으로 들어와서 보이는 세븐일레븐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생각보다 가게가 굉장히 작다. 우리가 갔을 때도 웨이팅이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라기 보다는 좌석이 너무 적어서 손님이 조금만 와도 웨이팅이 바로 걸려버린다. 2인석 테이블 5개 정도에 바 테이블 4자리가 전부. 3인 이상인 경우 테이블을 붙여서 자리를 만들어 주신다. 약 15분 정도 대기를 했다가 입장해서 새우 투움바 파스타와 명란 오믈렛, 그리고 자몽 에이드를 주문했다. 이 곳에 오믈렛과 파스타 각각 투움바 메뉴가 있는데 20개 한정이라고 되어 있으니 늦게 가면 메뉴가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아라비아따가 품절이었다. 홀을 굉장히 바쁘게 누비시면서도 친절하신 사장님이 먼저 애피타이저를 가져다 주신다. 애피타이저는 옥수수 스프와 함께 나오는데 미니 바게트 위에 크림치즈와 귤 한 조각을 올린 형태로, 한 입에 먹기에도 좋고 맛도 상큼해서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피클 단지도 같이 나오는데 할라피뇨가 같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꽤 매콤한 편이다. 맵찔이라면 살짝 맛을 먼저 보고 먹는 게 좋겠다. 스프와 애피타이저를 먹고 나면 메인 메뉴가 나온다. 일단 비주얼은 명란 오믈렛 압승. 새우 투움바 파스타도 플레이팅이 상당히 괜찮았지만 명란의 우아한 또아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릇도 참 예쁜데 가게 내부의 반짝반짝한 소녀 감성과 아주 잘 맞는 예쁜 그릇,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플레이팅까지, 확실히 비주얼 측면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먼저 명란 오믈렛. 명란 아래 깔린 게 김소스 라고 하는데 고소한 김의 풍미가 명란과 잘 어울려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명란은 많이 짜지 않았고 그렇다고 향이 너무 강하지도 않아서 듬뿍 올라가 있어도 거부감이 없었다. 오믈렛을 반으로 갈라 펼치는 그 자체가 하나의 쇼처럼 느껴지는 훌륭한 메뉴이다. 오믈렛 내부도 몽글몽글하게 적당히 잘 익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같이 나온 양배추 샐러드에는 유자 소스가 뿌려져 있어 상큼한 맛으로 리프레시가 되었다. 새우 투움바 파스타는 살짝 매콤한 편이다. 맵기 조절이 된다고 하는데 원래가 어느 정도 맵기인지는 먹어봐야 알 수 있으니 따로 조절하지는 않았다. 꾸덕한 파스타 소스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었고 새우도 포크 사이즈 만한 큼직한 녀석으로 5마리나 들어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메뉴 둘 다 전반적으로 딱히 흠잡을 곳이 없이 맛있었다. 솔직히 방문 전 기대치 그 이상이었다. 자몽 에이드도 시럽으로 맛을 낸 게 아니어서 인위적인 단맛이 적었다. 그냥 콜라 주문할까 하다가 시킨건데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인테리어 예쁘고 식기도 고급스럽고 예쁘고 친절하시고 음식도 맛있어서 방문해도 결코 후회가 남을 그런 가게는 아니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보자면, 테이블이 너무 좁다. 정사각형 2인석 테이블 위에 접시 두 개 올리면 꽉 찬다. 이렇게 작은 테이블이면 물병을 주지 말고 그냥 셀프로 떠다 먹게 하는 게 좋겠다. 물병이 차지하는 그 정도 공간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작다. 그리고 테이블 다리 사이의 폭도 좁아서 의자를 당길 때 계속 부딪혔다. 보기에는 예쁜데 막상 실용성은 좀 떨어지는 그런 느낌. 그리고 옷과 가방을 어디 둘 데가 없다. 가게가 좁기 때문에 여분의 공간 같은 게 전혀 없고, 따라서 옷과 가방은 알아서 케어해야 한다. 나는 입고 간 외투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끌어안고 식사를 했다. 옷을 걸 공간까지는 사치이더라도 테이블 밑에 둘 수 있는 바구니 정도는 있으면 어떨까 싶다. 음식이 맛있긴 한데 양이 좀 애매하다. 맛있어서 적어보이는 것일까?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양이 푸짐해보여서 더 그런 것 같다. 막상 다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 그런데 먹는 동안에는 좀 아쉽다. 희한한 느낌. 특히 오믈렛에서 그게 더 느껴졌다. 밥 양이 좀 부족한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오믈렛 접시가 꽃 모양이다 보니 그 틈새 사이로 명란이 끼어서 아쉬웠다. 맛있어서 박박 긁어먹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명란 오믈렛은 그냥 둥근 접시가 어떨까.. 명란 한알 한알이 아쉽다. 맛있게 잘 먹었지만 과연 추천할 만 한가? 라는 측면에서는 살짝 애매하다. 웨이팅도 감수하고 자리가 좁아도 개의치 않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먹으러 가는 그런 사람에게라면 추천하겠지만 그냥 가볍게 데이트 하면서 먹을 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 사장님이 두바이 호텔에서 10년 넘게 일하신 분이라는데 음식에서 그런 내공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러니 일단 방문할 생각이라면 음식맛에 있어서는 의심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기를 권한다.

에그궁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17번길 6-4 서연재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