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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분위기와 가성비 좋은 행궁동 즉석 떡볶이 집. 네이버 지도에서는 '알앤디 69' 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간판은 'RnD"' 의 느낌이다. 얼핏 보고 지나치면 이게 글자처럼 보이지 않고 또 네온싸인 느낌이라 떡볶이 보다는 펍의 느낌이 난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떡볶이 연구소 같은 느낌을 주고 싶은듯, 내부에도 연구실에서 볼 법한 소품들이 여럿 있다. 그 중 백미는 물병으로 나오는 삼각 플라스크. 실용성과 컨셉 모두 만족시키는 훌륭한 소품이라고 생각한다. 내부는 벽돌벽을 그대로 살려 거친 느낌과 네모 반듯하고 빤질빤질한 테이블의 느낌이 대비를 이루면서 재미있는 인상을 준다. 가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테이블 크기가 넉넉하고 간격이 그렇게까지 좁지 않아 부대끼는 느낌은 없다. 한쪽 구석에는 셀프바가 있는데 앞접시와 숟가락 포크, 가위와 집게, 단무지와 그릇, 1회용 앞치마, 머리끈 등이 알차게 비치되어 있다. 셀프바가 단순히 있다 정도가 아니라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후추, 고춧가루 등도 시험관에 담겨있으니 혹시 필요하면 가져다 쓰면 된다. 선인장 색상에 맞추어 3가지 색상으로 준비된 단무지 그릇이나 프라이팬 모양의 앞접시 등이 아기자기한 맛을 센스있게 더해준다. 메뉴는 즉석 떡볶이 단일 메뉴이다. 토핑을 선택할 수 없고 2인 or 3인으로 딱 정해져 있다. 사이드로는 감튀와 치킨텐더 커틀렛이 있고 모짜렐라 치즈와 셀프 볶음밥 메뉴가 있다. 음료로는 얼린 쿨피스, 탄산음료, 소주, 맥주가 준비되어 있다. 메뉴판이 심플해서 선택장애가 올 일이 없다. 우리는 2인 떡볶이에 치킨텐더 커틀렛에 모짜렐라 치즈 추가, 그리고 얼피스 하나를 주문했다. 먼저 떡볶이. 깻잎이 들어간 채소 부침개와 맛살 부침(튀기듯이 부친 느낌이다)이 한가득 올라가 있는 모습부터 범상치 않다. 안에는 떡과 라면 사리까지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심지어 계란도 두 개다! 3인 떡볶이는 계란 3개를 주려나? 부침개 아래 떡과 채소 등도 양이 정말 푸짐해서 깜짝 놀랄 정도다. 2인 떡볶이 하나만으로도 어른 둘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 여기에 치킨텐더 커틀렛도 이게 사이즈가 어마어마하다. 주문할 때는 그냥 한입 사이즈 4개 정도 나오겠지 했는데 웬걸, 웬만한 도시락 메인 반찬 사이즈의 치킨까스가 4개가 나와서 오히려 급당황. 5천원에 이만큼을? 이거 양이 너무 많은데 다 먹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칠 무렵 얼굴만한 크기의 4천원 짜리 얼피스가 나오는데 여기서 완전히 넉다운 됐다. 이 집, 일단 가성비 측면에서는 미쳤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일단 떡볶이는 꽤 맵다. 신라면보다 살짝 더 매운 것 같은데 입에서 매운 맛이 아니라 속에서 점점 매워지는 그런 매운맛이다. 맵찔이라면 기본만으로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본인이 맵도리라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맛을 보고 나서 셀프바의 소스를 후첨할 것을 권한다.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부침개에서 기름이 녹아나와 섞이면서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아주 맛깔난다. 떡볶이 냄비가 나오면 일단 부침개부터 잘라주자. 부침개가 떡볶이 국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져서 자르기 힘들다. 그리고 라면 사리가 밑에 깔려있으니 위로 끌어올려서 사리를 먼저 먹는 것이 좋다. 밑에 계속 있으면 불어서 너구리 처럼 된다. 나올 때 이미 조리가 다 되어 나오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정말 정신없이 맛있게 먹고 나왔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일단 기본 맵기가 좀 많이 맵다. 집에 와서도 계속 위장에서 내가 오늘 떡볶이를 먹었음을 되새기게 만든다. 부침개가 올라간다는 게 독특하긴 하지만 맛 자체는 호불호가 있을 법 하다. 기름진 맛과 향이 떡볶이와 잘 어울리는가? 라고 하면 완전 찰떡이다, 라는 느낌은 아니다. 분명 재밌는 시도이지만 살짝 겉도는 느낌은 있다. 부침개와 라면이 국물을 쫙쫙 빨아들이기 때문에 국물이 급속도로 줄어든다. 따라서 즉떡의 국물이 좋은 사람이라면 부침개를 미리 따로 빼놓는 것이 좋겠다. 사이드가 감튀와 치킨까스인데, 앞에 언급한 것처럼 떡볶이에 무조건 올라가는 부침개가 이미 기름진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살짝 물리는 감이 있다. 차라리 기름이 쪽 빠진 오징어 튀김이나 치즈스틱 같은 건 어떨까? 혹은 가라아게 스타일의 치킨이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셀프바에 젓가락도 있었으면 좋겠다. 포크보다는 젓가락이 더 어울리고 편하다. 이는 포크질에 서투른 나와 포크질의 달인인 아내 둘 다 같은 생각이었다. 먹는 내내 묘하게 젓가락이 생각났다. 왜일까? 하지만 이런 아쉬움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아주 훌륭한 맛과 양, 적정한 가격을 더해 가성비도 있고 색다른 메뉴를 통해 모험심도 채울 수 있는 곳이다. 꽤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곳을 사람들이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알앤디 69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32번길 1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