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주년 기념 여행으로 방문하게 된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 이름이 너무 기니까 메리어트 제주 라고 부르자. 신화월드 안에 있는 메리어트와는 다른 곳, 여기는 올해 3월 말에 오픈한 초신상이다. 제주도에서도 남쪽 해안에 인접해 있어 경관부터 기가 막히거니와 인테리어나 외관, 구조 모두 독특하면서 제주의 특색을 잘 담아내고 있다. 세계적인 호텔 건축가 벤 벤슬리가 디자인 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가본 그 어떤 제주의 호텔과도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 보였다. 일단 호텔 어느 곳을 둘러봐도 뮤지엄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리셉션부터 시작해서 로비나 복도 곳곳에 미술 작품들이 가득하고 호텔의 공간 설계 자체도 딱딱한 숙소의 느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미술관을 거니는 느낌이 난다. 리셉션 공간의 탁 트인 오션뷰의 통창은 마치 거대한 병풍과 같고 이를 감상하도록 권유하듯 배치된 리셉션 테이블은 한국의 전통 사랑방의 느낌을 현대적인 느낌과 적절히 믹스해 멋들어지게 구성되어 있다. 댄싱 두루미 라는 독특한 이름의 연회장이 있는 층은 아예 미술관 그 자체의 느낌이다. 넓고 긴, 거대한 복도의 천장과 바닥, 벽면을 수놓은 한국적 느낌의 기하학 무늬들은 다채롭지만 어지럽지 않고 친숙하면서도 독특하고 낯설다. 또한 구석구석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놓여있으니 미술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RPG 게임에서 맵을 탐색하듯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외 공간은 또 어떤가? 일단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호텔 외부가 거대한 정원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네모 반듯한 공간은 단 하나도 없고 모두 감각적인 비정형의 형태를 띄고 있어 단순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수영장 너머로 보이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은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화각에 예쁘게 걸리면서 시그니쳐 인장처럼 선명한 색상과 형태를 자랑한다. 낮에도 예쁘고 밤에 조명을 받아도 예쁘다. 정원을 지나 산책로로 해변가를 걸을 수도 있는데, 걷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풍경이 계속 변화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준다. 중간에 자그마한 텃밭도 있는데 자칫 방치될 수도 있는 이런 공간조차 직원분들이 세심하게 케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호텔을 경험하기 위해 제주행을 결정했던 우리의 선택을 단 1%도 후회하지 않게 해준, 정말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1박 비용이 100이 넘는 엄청난 가격에 분명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다녀오길 잘 했다, 그리고 한 번쯤 더 가고 싶다,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낱낱이 적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글로 적은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적었던 내용을 지우고 짧게 남긴다. 혹시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꼭 이 곳에서 하루를 보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리고 이 곳에 묵는 1박 2일은 다른 일정 없이 이 곳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것으로 보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에는 2박 하고 싶다. 적금 들어야겠다.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
제주 서귀포시 태평로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