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소바는 국물 없는 메밀 국수를, 라멘은 국물 있는 밀가루 국수를 말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제소바는 이름은 소바이지만 밀가루 면을 사용한다. 그래서 내 생각엔 마제소바가 아니라 마제라멘이 맞는 게 아닌가 싶긴 하다.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 없고 우리로 따지면 그냥 '비빔국수'이다. 이 비빔국수는 일본의 멘야 하나비에서 만들어진 메뉴라고 한다. 대만 화교에 의해 라멘의 면과 대만식 고기볶음을 접목하여 만들어낸 일본식 중화요리라고. 국물 없는 탄탄멘 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만풍에 매콤한 면요리라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는 하다. 우리나라에 있는 멘야하나비가 일본의 멘야하나비와 같은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름도 같고 가게 곳곳에 마제소바와 멘야하나비의 근본(?)에 대한 내용이 즐비한 것으로 보아 공식 한국 지사(?)의 개념이 맞지 않겠나 싶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방문한 멘야하나비 행궁점 역시 가게 간판부터 일본식 요리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실사로 박아놓은 사진들과 가게 내부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붙여놓은 아니메 포스터들과 "나는 일본이다!" 라고 외치는 벽보들이 굉장히 요란했다. 솔직히, 좀 과하게 일본스러움을 과시하는 듯한 인테리어가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주문은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과 카드 리더기로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마제소바와 돈까스 하나비 카레, 그리고 가라아게를 주문했다. 먼저 마제소바는 국물 없는 면 위에 파와 마늘, 김가루로 주변을 두르고 가운데 다진 고기를 올린 후 계란 노른자를 얹은 형태이다. 면은 상당히 두꺼워서 거의 비빔우동의 느낌을 준다. 비주얼을 보면 소바 라는 이름이 더더욱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른자를 터린 후 잘 비벼서 먹으면 되는데 상당히 꾸덕한 형태로 비벼진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테이블에 비치된 다시마 식초를 적당히 뿌려 먹는 방식이다. 하나비 카레는 약간 매콤한 카레다. 마제소바에 올라가는 다진 고기가 똑같이 올라가고 면이 밥으로 바뀌고 카레를 얹은 형태이다. 여기에 메뉴에 따라 돈까스나 새우튀김이 곁들여진다. 일단 두 메뉴 다 "너무 짜다". 특히 마제소바는 더더욱 그렇다. 지나치게 짠 맛에 너무 강한 가쓰오부시와 김의 향이 그릇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 조화로운 느낌이 전혀 없다. 가쓰오부시의 향은 사람에 따라서는 역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강했다. 카레의 경우에는 짠 맛의 정도는 마제소바 보다 조금 나았지만 곁들여 나온 돈까스의 상태가 믿기 힘들 정도로 부실했고 밥만 너무 많았다. 주변 테이블에서도 연신 "짜다"는 대화가 들릴 정도로 불필요하게 짠 맛이 강했다. 가라아게는 튀김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각 수로 돈 받고 팔 생각이면 조각의 크기가 어느정도 균일하도록 관리해야 할텐데 부스러기 만한 사이즈도 조각으로 포함해서 기계적으로 내놓은 부분도 조금 아쉽다. 차라리 무게로 내놓는다고 하면 부스러기가 있어도 그러려니 할텐데, 5조각에 얼마 이렇게 써놓고 자투리 부스러기 섞어서 내놓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가게 내 직원들의 접객 태도가 좀 심하다 싶었다. 뚱한 표정으로 툭툭 집어던지듯 내려놓는 접시 소리가 거슬린 건 과연 나 뿐이었을까. 가게를 아무리 아니메 포스터와 일어로 도배를 한들 이 곳에서 행궁동 속 작은 일본을 느낄 수는 없었다. 차라리 다 걷어치우고 손님 들어올 때 이랴샤이마세! 한 마디 외치는 전통적인 방식이 일본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이다. 만약 정말 이게 진짜 나고야식 중화요리와 마제소바라면, 그냥 나는 마제소바라는 음식을 살면서 다시는 먹지 않아도 큰 문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야하나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57 1층 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