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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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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근처에 떡볶이 먹으러 왔을 때 봐두었던 집. 그 때는 아직 추워지기 전이었는데 가게 마당 자리까지 꽉 차 있는 게 맛집의 스멜이 느껴져서 체크를 해두었었다. 나는 냉삼을 굳이 찾아서 먹던 사람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냉삼이 레트로를 업고 재유행할 때는 그랬다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내가 어릴 때는 외식으로 삼겹살을 먹는다고 하면 당연하게도 지금 냉삼처럼 나왔기 때문에 그 시절에는 모두가 냉삼을 먹었다. 아마도 냉장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얼려서 배송했으리라. 냉삼에서 생삼으로, 생삼에서 통삼으로, 돼지에서 소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먹는 메뉴가 달라졌고 냉삼은 나에게는 잊혀졌던 메뉴였는데 이번 기회에 먹어보게 되었다. 장소는 장안문에서 화서문 쪽으로 깊이 들어간 안쪽. 화서문에서 행궁동 행복센터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데 도로에 인접해있지 않고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위치에 있는데 입구가 있는 골목 담벼락에 현수막이 있으니 이걸 보고 들어가면 된다. 가게 내외관이 마치 옛날 대감집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잘 꾸며져 있는데 방문한 날 눈까지 와서 입구 장독대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모습이 운치 있었다. 자리는 매장 안에도 있고 바깥쪽 앞마당에도 있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인지 앞마당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나중에 좀 따뜻해지면 선선한 바람 맞으면서 마당 냉삼하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가 심플하다. 냉삼, 된장찌개 거의 단일 메뉴다. 여기에 술과 음료 정도만 판매한다. 개인적으로 메뉴가 심플한 가게를 좋아하는데, 메뉴에 자신이 있고 식자재 관리가 잘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냉삼 2인분에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누구라도 두 명이 방문하면 이렇게 주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테이블에는 알루미늄 호일이 겹쳐 깔린 팬과 종이컵, 앞접시가 미리 세팅되어 있고 기울이면 막걸리가 나올 것 같은 노란 양은 주전자에 물이 담겨져서 나온다. 냉삼은 은색 쟁반에 후추가 잔뜩 뿌려지 상태로 나오고 김치와 빝반찬이 정갈하게 큰 쟁반에 담겨 나온다. 서울에서 냉삼을 재유행 시켰던 가게에서 이렇게 큰 쟁반에 나오면서 트렌드가 되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여기 빨간지붕의 플레이팅이 훨씬 정갈한 느낌이 있었다. 냉삼은 잘 굽고 못 굽고가 없는 음식이다. 다만 취향이 있다. 빠삭하게 과자처럼 구워진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적당히 야들야들하게 익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알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타이밍에 집어먹으면 된다. 쌈을 싸서 먹거나 같이 구운 김치와 함께 먹어도 좋고 마늘이나 고추 장아찌를 얹어서 먹어도 좋다. 장으로는 쌈장과 젓갈이 나오는데 둘 다 맛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유채 장아찌가 참 맛있었다. 예전에 명이 나물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신선함과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김치는 배추김치와 파김치가 같이 나오는데 배추김치는 구워서 먹는 게 맛있고 파김치는 그냥 먹는 게 훨씬 맛있었다. 된장찌개는 딱새우와 게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해물 된장찌개인데 살짝 매콤하면서도 게의 향이 잘 배어나와서 아주 맛있었다. 냉삼이 아무래도 기름이 많아서 느끼할 수 있는데 유채 장아찌나 된장찌개, 파김치, 고추 장아찌 등으로 다양하게 리프레시를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참고로 된장찌개를 주문하면 밥 한 공기가 같이 나오는데 고봉밥으로 나오니 밥을 인당으로 주문하지 말고 일단 먹어보고 추가 주문할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에 볶음밥도 먹었어야 했는데 냉삼이 맛있어서 2인분 더 추가 주문하고 배가 불러서 그냥 나왔다. 개인적으로 인당 1.5인분 정도 먹는다고 생각하고 주문하면 양이 딱 맞을 것 같다. 잘 먹는다면 인당 2인분 이상도 그냥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고기가 신선하고 맛있어서 더 쭉쭉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나중에 날이 풀리면 또 한 번 방문해서 마당 냉삼을 꼭 해볼 예정이다. 그 때는 밥도 볶아먹어야지. 오랜만에 고깃집에서 맛있고 배부르게 먹고 나와서 기분이 좋다.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빨간 지붕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32번길 1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