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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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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요즘 다이어트를 위해 땅콩 버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혹시 첨가물이 없이 땅콩 100%로 땅콩 버터를 만들어 파는 곳이 있는지 찾던 중 눈 앞에서 직접 미국산 땅콩만으로 버터를 만들어주는 곳이 성수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크리스마스 나들이 겸 오랜만에 성수동을 찾았다. 목적지는 피넛버터 바나나. 몹시 직관적인 이름 답게 땅콩 버터와 바나나를 이용한 음료와 디저트, 그리고 우리의 목표인 100% 땅콩 버터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위치는 성수역에서 유명한 성수족발이 있는 골목으로 조금 더 들어오면 2층 가정집을 개조한 형태의 가게가 나타난다. 1층과 2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2층에 자리를 잡고 싶었지만 만석이라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은 2인 테이블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테이블이 작고 간격이 좁아서 약간 복작복작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1층 카운터는 뭐랄까.. 옛날 미국 영화에 나오는 작은 호텔 컨시어지 데스크 같은 그런 느낌으로 되어 있었다. 직원이 앞에 상주하지 않고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데스크의 벨을 눌러서 호출하면 된다. 일단 허기를 좀 채워야 했기에 땅콩 버터에 앞서 음료와 디저트를 먼저 주문했다. 이곳에서는 휘낭시에를 팔고 있었는데 반죽에 바나나가 들어가 있어 '빠낭시에' 라고 부른다고 한다. 글루텐 프리 라고 하니 밀가루 소화가 잘 안 되는 분들에게 잘 맞을 것 같다. 코코넛, 바나나, 애플 크럼블, 피넛 버터, 얼그레이 크림치즈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우리는 코코넛과 애플 크럼블을 주문했다. 그리고 음료는 이곳의 시그니쳐인 '피버바 스무디' 그리고 시그니쳐 블렌드 원두를 사용하는 퍼플 커피를 주문했다. 먼저 빠낭시에는 겉바속촉이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바삭함은 잘 못 느꼈고 부드러운 식감이 도드라졌다. 그렇다고 퍼석퍼석 부스러지는 것은 아니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부드러움이다. 다만 원래 휘낭시에를 베어물 때의 그 약간의 저항감과 쫄깃함은 없다. 글루텐 프리이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코코넛과 애플 크럼블 중에는 애플 크럼블이 더 맛있었다. 피버바 스무디는 설탕이 없는 노 슈가로 주문했는데 달지 않은 고소함의 결정체 같은 맛이었다. 처음 한 모금은 스무디라는 이름에서 예상했던 맛과 전혀 다른 그 고소한 풍미 덕분에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게 유제품이 아닌 땅콩 버터로 만든 스무디이다 보니 컵이 바닥을 드러낼수록 무거운 느낌이 드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해결책이 있다. 커피를 같이 시켜서 번갈아 마시면 된다. 퍼플 원두는 와인 발효 원두를 이용한다고 써있던데 맛으로 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고소한 맛과 향이 상당히 강하다. 산미도 있지만 고소함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으면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퍼플 원두는 500원 추가 금액이 붙는다. 그리고 대망의 피넛 버터. 컨시어지 데스크 위에 레트로한 느낌을 주는 기계가 놓여있고 거기에 땅콩이 가득 담겨있다. 땅콩 버터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기계를 작동시켜 병에 땅콩 버터를 담아주기 때문에 눈으로 직접 보고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컬리에서 주문한 땅콩 버터를 먹고 있는 게 있었는데 질감이 완전히 달랐다. 이곳 피넛버터 바나나에서 만들어주는 땅콩 버터는 시각적으로 굉장히 퐁신퐁신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한 숟갈 떠서 먹으면 굉장히 뻑뻑하게 달라붙는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컨시어지 테이블에 시식용 버터가 비치되어 있으니 궁금하면 한 숟갈 먹어보고 결정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성수동이 집에서 너무 멀긴 한데, 땅콩 버터 떨어지면 이거 사러 온다는 핑계로 성수동 나들이 한 번씩 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 아쉽게도 이 땅콩 버터는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않고 계획도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직접 와서 사는 수 밖에. 다음에 오면 2층에서 토스트를 꼭 먹어봐야겠다. 조금은 더 일찍 와야겠다.

피넛버터 바나나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7길 15-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