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바닐라 라떼로 유명한 행궁동 로스터리 카페. 원래 본점은 장안공원쪽 성곽 바로 앞에 있는데 '킵댓 로스터리' 라는 이름으로 2호점이 생겨서 방문했다. Keep That 이라는 카페 이름과 로고 디자인이 굉장히 멋스럽다. 여기에 블루 보틀을 연상케 하는 파란색이 어우러져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참 잘 지은 이름, 잘 만든 로고라고 생각한다. 행궁동에 넘쳐내는 개조 주택 카페와 달리 킵댓 로스터리 건물은 마치 서양 교외의 목조 교회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건물이다. 화이트와 우드 톤의 깔끔한 외관이 마음에 든다. 입구는 커다란 자동문으로 되어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수풀처럼 장식된 반원형의 카운터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입장 과정 자체가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첫인상을 굉장히 좋게 만들어주는 경험이다. 1층의 대부분의 공간은 카운터 공간이 자리하고 있고 좌우 벽쪽으로 약간의 좌석이 있지만 메인 좌석 공간은 카운터 뒤로 돌아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면 나타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2층이 만석이었는데 2층 공간이 층고가 조금 낮은 편이어서 사람이 많으니 살짝 답답한 느낌이 있어서 1층 창가 자리를 이용했다. 이곳은 원래부터 행궁동 아이스 바닐라 라떼로 유명한 곳이다. 반드시 아이스여야 한다. 전해들은 바로는 핫 바닐라 라떼와는 맛이 많이 다르다고 하니 꼭 아이스로 주문하자. 우리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티라미수 & 비스코티 세트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원두는 산미가 있는 원두를 추천받아 WINTRY 를 선택했다. 먼저 아이스 바닐라 라떼는 과연 명불허전.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다. 10번 정도 저어서 먹으라고 하셔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커피와 바닐라 크림의 배합이 진짜 예술이다.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라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커피는 한 번 마셔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나 역시 유당불내증 때문에 라떼를 끊은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이 라떼는 자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WINTRY 블렌드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역시 산미와 고소한 맛이 적절해서 내 입에 아주 잘 맞았다. 커피에 진심이구나, 그래서 인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진짜 하이라이트는 티라미수와 비스코티였다. 이 티라미수, 지금까지 먹어본 티라미수 중 1~2위를 다투는 최고의 티라미수였다. 웬만큼 유명하다는 카페에 가도 빵에 가까운 가짜의 티라미수를 내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다르다. 첫 입에 확 퍼지는 치즈향을 시작으로 커피를 잔뜩 머금어 촉촉한 바닥까지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맛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티라미수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움이 더 컸다. 역시 기대가 없어야 즐거움이 커진다. 함께 나오는 비스코티 역시 단맛이 거의 없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데 티라미수 - 비스코티 - 음료 조합이면 하루종일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스코티를 추가로 포장해서 갈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참 맛있는 조합이었다. 커피도 맛있지만 커피잔도 참 예뻐서 결국 두 개 커플템으로 장만해서 나왔다. 커피잔은 상태를 보고 직접 고를 수 있었는데 우리는 최대한 로고가 선명하게 잘 나온 녀석으로 골라서 가져왔다. 행궁동에서 누가 가볼 만한 카페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없이 추천 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 그런 멋진 카페이다. 또 가고 싶다.
킵댓 로스터리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42번길 4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