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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별로예요
9개월

인스타에서 보고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던 곳. 서울 일정을 끝마치고 잠시 숨 돌릴 겸 방문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해치가 주 컨셉이라고는 하지만 입구 앞에 서 있는 해치상이 있다거나 디저트에 해치 모양이 녹아있는 정도? 그 외에는 해치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간은 1층과 지하 1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1층보다는 지하 1층이 메인 공간이다. 공간 한복판에 물이 있고 위에서 마치 사우나 폭포처럼 물이 계속 떨어지는 이 공간은 어느정도는 멋들어져 보인다. 어떻게 보면 도심 속 사원의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마음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일단 주문한 음료는 콜드브루와 한라봉 식혜, 그리고 '해치의 신수림' 이라는 이름의 디저트를 주문했다. 디저트는 여름, 가을, 겨울을 컨셉으로 서로 다른 색상의 배리에이션이 있었는데 어차피 맛은 비슷할 것 같아서 색이 제일 예쁜 여름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봄은 왜 없지? 다 팔린건가.. 주문한 메뉴 중에서는 그나마 콜드브루가 깔끔하고 가장 낫다. 한라봉 식혜는 조금은 유치한 맛이고 '해치의 신수림'은.. 모양이 전부인 그런 디저트였다. 녹음이 우거진 산의 모습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표현한 부분은 시각적으로는 인상적이지만 맛에 있어서는 아무런 인상을 주지 못했다. 크림은 퍽퍽했고 필링은 너무 달고 저렴한 맛이 났다. 모양과 식감을 살리기 위해 밑에 깔아놓은 밥풀 과자는 맛에서는 전혀 어우러지지 못했다. 입에 넣었을 때 입 안에서 조화롭게 녹아드는 게 아니라 마치 기름막에 둘러쌓여 서로 부딪히며 굴러다니는.. 버블보블의 거품방울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어쩌면 이 디저트, '해치의 신수림'은 이 카페 자체를 상징처럼 담아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겉포장에 모든 것을 집중한 탓에 나머지는 모두 그저 그런 모습 말이다. 벽쪽으로 파티션 자리가 3~4개 정도 있는데 테이블에 비치된 조명은 꺼져있거나 꺼져가고 있었고, 분명히 치운 테이블인 것 같은데 마시고 놔둔 물컵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조명이 꺼져있는 자리는 너무 어두워서 앉을 수가 없었다. 우리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게, 우리 뒤에 온 다른 팀들도 하나같이 그 자리에 앉았다가 여긴 안되겠다 하면서 다른 자리로 옮겼기 때문이다. 파티션 자리의 벽은 거대한 유리로 되어있고 유리 안쪽이 물로 채워져 있었는데 조금은 위험해 보였다. '기대지 마시오'라고 써놓는 것 만으로는 충분해보이지 않는다. 실수로라도 기댈 수 없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인테리어가 멋스러우려면 이 유리를 좀 잘 닦고 관리해야 할텐데.. 전반적으로 그냥 방치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중앙의 폭포는 물의 세기가 너무 세서 공간의 소리를 모두 잡아먹고 있었다. 일정 수준의 물소리는 리프레시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큰 물소리는 그저 소음이다. 카페가 물 구경하러 오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기가 진짜 사원이라 경배하러 오는 것도 아닐진대 사람이 마주보고 대화는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주문시 내어주는 트레이가 철제 트레이로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여기에 음료잔이 좁고 긴 편이기 때문에 들고갈 때 주의가 필요하다. 트레이가 이렇게 무겁고 미끄러지기 쉽다면, 엘리베이터 안쪽에도 트레이를 잠깐 내려놓을 수 있는 트롤리라도 하나 두는 게 맞지 않을까. 불안하게 들고 버튼을 누르다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화장실의 경우 세면대가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는데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손을 제대로 씻을 수가 없었다. 중앙 폭포는 그렇게 세차게 나오는데 왜 세면대에서는 가뭄에 마른 시냇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카페의 모든 부분에서 시각적인 멋스러움과 그 멋이 사진으로 SNS에 남아 좋아보이게 포장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에도 디테일이나 배려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곳에 잠깐 머물다 나왔을 때 내 마음이 참 공허하고 슬펐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인스타 사진에 속아서 이 곳을 찾은 나에게 있다. 누구를 탓하겠나. 내가 잘못 고른 것을. 어쨋든 사진은 나 같은 똥손이 아니라면 상당히 예쁘게 남길 수 있는 곳이고 인스타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곳이다. 다만 내 경우엔 다시 가고 싶은 생각도, 추천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로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3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