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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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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코엑스몰의 수많은 음식점 중 여기 케르반과 옆 가게 아그라는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군데 모두 나는 가본 적이 없다는 나만의 공통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코엑스몰 나들이를 나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드디어 이곳을 한 번 방문해보기로 했다. 그 결정에는 얼마 전 유튜브에서 재밌게 본 백선생 유튜브 터키편이 큰 영향을 끼쳤다. 1시 무렵으로 점심시간 피크를 살짝 지난 시간이었고 홀이 상당히 넓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좌석이 여전히 손님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만석은 아니어서 구석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는 런치 세트로 치킨 스테이크와 리치 피데를 주문하고 전부터 궁금했던 카이막을 따로 하나 주문했다. 먼저 식전빵과 스프가 나오는데 스프가 상당히 짜고 기름지다. 우리가 양식 먹을 때 흔하게 떠올리는 그런 스프와는 조금 달랐다. 짭짤해서 자연스럽게 같이 나온 빵에 손이 갔는데 쫄깃하고 담백해서 스프와 잘 어울렸다. 맛있었지만 이후에 나올 카이막을 위해 식전빵을 반 정도 남겨두고 메인 메뉴를 맞이했다. 치킨 스테이크는 마치 인도 식당의 탄두리 치킨 같은 색상인데 맛의 결은 살짝 달랐다. 매운 맛은 별로 강하지 않았고 같이 나오는 가니시와 소스가 다양해서 조합해가며 먹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양 자체는 살짝 적은 편. 이어 나온 피데가 양 측면에 있어서는 훨씬 풍족했다. 사실 부족한 내 입맛 수준에 이게 피자와 정확히 뭐가 다른건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맛있었다. 약간 풋풋한 풀내음 같은 것도 나는 게 헤비하지 않아 쭉쭉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기대하던 카이막. 백주부 형님이 워낙 천상의 맛이라며 맛있게 드셨던 메뉴인데 여기저기서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하는 메뉴라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에 아주 약간만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사각형 치즈 덩어리가 꿀 호수에 떠 있는 그런 모습. 너무 달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일단 한 포크 크게 떠어서 꿀과 함께 입에 넣었다. 첫 맛은..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꿀과 함께 먹는 맛? 익숙하다 싶었는데 끝 맛으로 갈수록 시원한 느낌이 강해졌다. 첫 맛과 끝 맛이 완전히 다른 느낌. 이 알 수 없는 '시원한 목넘김'은 카이막 단독으로 먹을 때보다 빵이나 피데에 얹어 먹을 때 훨씬 강하게 증폭되었다. 만약 카이막을 주문할 생각이라면 식전빵을 손대지 말고 그대로 남겨두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식전빵을 뜯어 카이막을 얹어 먹어보게 되면 왜 그리 추천했는지 바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런치 세트로 먹었기 때문에 가성비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음식도 맛있었다. 다만 런치 세트가 아니라면 조금 곤란할 수 있는 가격대이기도 하고.. 서빙하는 직원분들이 터키 현지인들인 것 같은데 접시를 자꾸 툭툭 집어던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처음에 물잔 갖다줄 때 너무 심하게 던져서 물이 쏟아졌는데 미안하다 제스쳐는 고사하고 흘린 물을 닦아주지도 않고 그냥 가는 걸 봤을 때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물론 피데에 얹은 카이막이 그 기분을 다 풀어주기는 했지만.. 아마 점심에 너무 바빠서 힘들어서 그랬겠지만.. 어쨋든 그런 이유로 강추 까지는 못하겠지만 식사 자체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케르반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1층 H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