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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별로에요

2개월

신동궁 감자탕은 내게 추억의 장소이다. 대략 12~13년 전 근처에 파견 나와서 근무하던 시절에 회식 단골집이었기 때문. 그 당시 먹었던 '뼈 숯불구이'의 맛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재방문을 하게 되었다.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에 위치한 이 곳은 감자탕, 뼈찜과 같이 일반적인 메뉴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뼈 숯불구이'라는 유니크한 메뉴가 유명한 곳이다. 찜과는 다르게 구워서 나오며 양념 맛이 매운 편이다. 10년이 넘어 다시 먹어본 뼈 숯불구이는 내 기억의 그것 보다 훨씬 매웠다. 그리고 그 때보다 좀 달아진 느낌? 그 때는 소스가 좀 더 어두운 색에 단맛이 적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도 분명히 맛있다. 첫 입이 딱 들어가는 순간부터 바로 매워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입에서 느껴지는 맵기 강도는 낮아지면서 고기가 끝없이 들어간다. 그야말로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맛. 자리에 앉으면 기본 우거지 국물이 나온다. 이것도 꽤 맵다. 국물도 맵지만 우거지 자체가 엄청 맵다. 반찬은 백김치와 깍두기가 나오는데 백김치가 괜찮다. 특히 매운 뼈 숯불구이는 백김치를 부른다. 그 외 생 마늘쫑과 고추, 쌈장 등도 기본 찬이다. 둘 다 많이 못 먹기 때문에 사이즈를 소 자로 먹었는데 딱 적당한 양이었다. 뼈가 8조각 정도 나오는데 사이즈가 크고 살도 적당하다. 만약 중자로 주문했다면 남겼을 것 같다. 곁들여 먹을 사이드 메뉴가 마땅치 않아서 그나마 만만한 볶음밥을 주문했다. 사람이 둘이니까 2인분 주문했는데 반절은 넘게 남겼다. 2인이라면 소자에 볶음밥 하나 정도가 적당해보인다. 볶음밥은 걍 일반적인 감자탕 국물에 볶은 밥이고 별다른 임팩트는 없다. 이제부터는 불만. 이렇게 맛있는 메뉴를 파는 곳임에도 이 가게를 누군가에게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일단 접객 태도가 가장 문제다. 우리가 4시 반 정도에 도착해서 아직 피크타임 찍기 전이었음에도 직원분들이 하나같이 뭔가 심통이 난 것처럼 퉁명스러웠다. 친절하고 상냥한 것까지는 굳이 바라지 않지만 퉁명스럽고 불친절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두당 1인분 이상을 주문하는 룰이 생겼나본데 메뉴판이나 입구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기 때문에 고객이 그 부분을 인지하기 어려움에도 그걸 가지고 트집을 잡고 싸우려는 모습이 불편했다. 그럴거면 메뉴판에 소 = 2인분, 중 = 3인분, 대 = 4인분 이렇게 써놓으시던가. 이 정도는 강남에서 밥 먹으려면 당연히 알아먹어야 하는건지? 옆 테이블에서 5명이 예약을 하고 방문한 것 같은데 메뉴 가지고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차게 되었다. 아마 많이 안 먹는 사람들인지 찜이랑 탕을 소자로 하나씩 주문을 하려고 한 모양인데 그러면 사람이 다섯이니 탕은 중자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식으로 부드럽게 말을 할 수도 있는데 '아 그러면 머릿수가 안 맞잖아요' 하는 식으로 면박을 주듯 말하는 걸 보면서 왜 저렇게 응대를 하는거지?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결국 탕을 중자로 하겠다고 하니 그 말을 비아냥 거리듯 입으로 계속 뇌까리면서 돌아가는 모습은 기도 안 찼다. 거기에 5명 중에 두 명만 먼저 오고 나머지는 오고 있다고 하니 그걸 가지고 직원이 저마다 지나가면서 계속 퉁바리를 주는 모습도 참 보기 불편했다. 예약 인원이 모두 도착해야 입장하는 게 룰이면 그 부분을 입장 전에 고지해서 다 모이면 들어오게 하는 게 맞다.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는 업장들도 있다. 그게 아니라 일단 테이블로 사람을 받았으면 기분 나쁘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80년대 학교도 아니고 왜 지나가면서 한 번씩 면박을 주는건지? 그리고 탕은 알아서 불 켜고 끓일테니 버너 불 켜지 말라고 얘기 해놓고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와서 몰래 불 켜고 가는 건 싸우자는 행동 아닌지? 이 뿐만 아니다. 뒤쪽 테이블 여성 한 분이 반찬이 부족해서 접시 들고 헤매는 게 내 눈에도 뻔히 보이는데, 아직 피크 타임도 아니어서 많은 직원 중에 한두 명만 응대하고 나머지는 테이블에 앉아 쉬고 있음에도 그 손님에게 '반찬 더 드릴까요?' 하는 의례적인 응대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그 손님은 우물쭈물 하다 다른 테이블에 있는 반찬을 머쓱하게 가져갔는데 그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못 본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게 느껴졌다. 이건 '친절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명백히 '불친절한 것'이다. 4시 반에 들어가서 5시 반 좀 안 되어서 나왔는데 5시 무렵부터 벌써 사람이 들어차기 시작해서 만석이 되었으니 장사가 무척 잘 되는 집인 건 맞다. 만석 되고 나니 홀 안이 너무 시끄럽고 음식도 많이 맵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도망치듯 후다닥 먹고 나왔다. 회사 초년생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었고, 10년을 그리워했으며 나름 맛있게 먹긴 했지만.. 이제 더는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신동궁 감자탕 뼈숯불구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10길 2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