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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추천해요

21일

성수에서 우연히 봤던 능동 미나리. 그때 여길 갈까 고민하다가 다른 곳을 갔었는데, 한 눈에 봐도 힙한 외관과 남다른 메뉴 사진, 그리고 끝없이 늘어선 웨이팅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눈여겨 보았었다. 그 이후 유튜브 등에서 이 곳을 다녀온 영상을 접하면서 아, 그때 거길 갔어야 했는데! 아쉬운 마음을 삼키곤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용산에 볼 일이 있어 식사할 곳을 찾다가 능동 미나리 본점이 근처에 있는 것을 알고 다른 곳을 다 제쳐두고 이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먼저, 네이버 지도에서 보면 11시 오픈이라고 되어있는데 믿으면 안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10시 반 오픈이어서 10시 50분 쯤 여유 부리며 방문했다가 웨이팅을 30분 가까이 했다. 11시보다 먼저 오픈할 수 있으니 웨이팅이 싫다면 한 30분 일찍 방문해서 정찰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회전 속도가 제법 빠른 편이라 대기 번호 대비 아주 오래 기다리지는 않아도 되었다는 것. 차례가 되어 입장 후 미리 정해놓은 메뉴인 미나리 곰탕과 꼬리찜을 주문했다. 그리고 먼저 나온 밑반찬인 미나리 무침을 먹어보는데, 미나리 무침이 이게 진짜 기가 막히게 맛있다. 참기름 향이 솔솔 나면서도 미나리의 산뜻한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간이 되어 있는데 술꾼이라면 그냥 이거 한 접시로도 한 병 거뜬히 비울 수 있을 정도. 오징어 젓갈이 반찬으로 나오는 것도 다소 독특했는데, 이거 곰탕 먹을 때 하나씩 얹어먹으면 꿀맛이다. 메뉴 중에 미나리 곰탕이 먼저 나왔다. 안에 잘 삶아진 고기와 토렴이 된 밥이 들어있는데 그게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쫑쫑 썰어진 미나리가 한가득 떠 있다. 그야말로 미나리 폭탄 드랍. 미나리와 함께 국물 한 숟갈 떠먹어 보니 곰탕이지만 상당히 맑고 깔끔해서 느끼한 맛이 적었다. 그리고 미나리 특유의 향이 살아있어서 매 숟갈마다 끊임없이 리프레시를 해주는 느낌이었다. 밥과 고기, 미나리와 국물의 밸런스가 아주 좋아서 보통 곰탕이나 국밥 먹을 때 국물까지 다 안 먹는데 이건 깨끗하게 비워버리고 말았다. 조금 뒤에 나온 꼬리찜 역시 아주 인상적. 꼬리 고기가 안 보일 정도로 미나리가 한가득 올려져 있는데 이게 곰탕에 들어간 미나리와 또 느낌이 달랐다. 큼지막한 꼬리를 하나 앞접시에 가져와서 뼈와 살을 분리하고 미나리를 한가득 집어 같이 먹으니 이 또한 꿀맛이다. 꼬리도 정말 깔끔하게 잘 삶아져서 고기도 잘 분리되고 잡내도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꼬리찜을 2/3 정도 먹어갈 즈음 소면 사리를 주문했는데, 만약 소면 사리를 먹을 생각이라면 조금 더 일찍 주문하자. 사리가 주문하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주문한 때부터 소면을 삶기 시작해서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뜨끈뜨끈 김이 펄펄 나는 소면이 한 쟁반 가득 나오는데 이걸 꼬리찜 소스에 무쳐먹으면 또 별미이기 때문에 먹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한 타임 빠르게 주문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메뉴의 차별화된 컨셉, 서빙과 고객 응대, 음식의 맛과 양, 고급스로운 식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진짜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집 근처에 있으면 진짜 일주일에 두어 번은 무조건 갈 만한 집이 아닌가 싶다. 이런 줄 서는 식당을 방문하면 보통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미치지 못하기 마련인데 이 곳은 그 기대치를 아득히 넘어버렸다. 먹는 동안에도 만족스러웠지만,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왔는데 속이 불편한 느낌이 하나도 없이 든든한 느낌이 하루종일 유지되는 것도 신기했다. 앞으로도 성수나 용산을 간다면 무조건 한 끼는 이 곳에서 먹게 될 것 같다.

능동미나리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0길 28 1,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