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롯백에서 타임빌라스 수원 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으로 리뉴얼된 이후 첫 방문. 의도치 않게 아침에 오픈런을 하게 되었고 들어오자마자 식사를 하러 방문한 곳이 바로 이 곳 정희 였다. 정희는 요즘 광교, 판교를 포함해 여기저기 지점이 생기고 있는 퓨젼 한식집. 성수동의 유명한 강된장 케일 쌈밥과 똑같이 생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실내 인테리어는 한국도 아니고 동남아도 아닌 희한한 등과 벽장식이 인상적이고, 좌석이 안쪽 좌석이 있고 문 바로 앞에 바깥 좌석이 있었는데 안쪽 좌석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서 춥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만약 추위를 많이 탄다면 바깥쪽 자리(테라스 자리라고 해야 하나?)에 앉는 게 좋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인테리어, 테이블, 식기가 정갈한 느낌이다. 특히 검은빛이 도는 쇠로 된 수저가 인상적이었다. 오픈런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첫 손님이었고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따. 주문은 감태 타르타르와 새우 감자전, 그리고 정희 삼합. 먼저 밑반찬으로 백김치를 들기름에 무친 것 같은 게 나오는데 나쁘지 않았다. 음식이 거의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정희 삼합. 약간 달달한 맛이 나는 소스에 매운 고추가 잘게 다져 올라간 삶은 목살과 밑반찬으로 나온 것과 같은 백김치, 그리고 참나물과 꼬막을 소스에 무친 삼합이 나오는데 메뉴 세 개 중에 이게 제일 괜찮았다. 소스가 쌈장 베이스인지 된장 베이스인지 잘 모르겠는데 적당히 달달한 맛이 나면서 새콤한 백김치, 향긋한 참나물과 어우러져 삼합의 조합이 괜찮았다. 양도 두 사람이 먹었을 때 부족함이 없을 정도가 되니 2만원 가까운 가격이 납득이 가는 맛이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새우감자전. 이게 좀 심각하게 곤란했기에 말을 좀 해야겠다. 우리가 오픈 첫 손님이었다. 그렇다고 오픈 하자마자 손님들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새우감자전 상태가 좀 심각했다. 주문 받고 부쳐서 나온 게 아니라 어제 저녁 쯤에 부쳐놓은 걸 어디 전자레인지 같은 데 데워서 내놓은 그런 모습이었다. 기름은 안으로 다 먹어들어가서 바삭한 식감은 전혀 없이 질퍽거렸고, 점점이 박혀있는 건새우에서는 새우 비린내가 너무 심하게 났다. 소스처럼 찍어먹으라고 수란이 종지에 담아 같이 나오는데 테이블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식어있었고 서빙 중 넘쳐서 수란 흰자 일부가 전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이 수란을 소스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듯 했다. 기름이 절절 흐르는 전을 수란에 아무리 찍은들 소스처럼 묻어나지도 않았고 맛도 어우러지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점심 시간에 손님들이 러시하는 상황에서 방문을 했다면 바쁜 타임이니 미리 전을 부쳐놨다 내어놓는구나, 그래도 조금은 이해를 하고자 노력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픈 타임에 이런 음식이 나오는 걸 내가 이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 느끼하고 비려서 다른 음식의 맛까지 같이 끌어내렸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감태 타르타르. 동그렇게 굴린 주먹밥에 감태를 묻히고 그 위에 육회를 올렸는데 모양도 귀엽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것도 밥은 만든지 한참 된 것 같은 식감이었다. 감태와 육회가 그것을 가려주고 있을 뿐. 그리고 메뉴판의 요리 사진과 비교했을 육회의 색이 좀 많이 달랐다. 신선한 육회의 붉은 빛이라기 보다는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 같은 색이어서 처음엔 육회인 줄 몰랐다. 맛도 육회의 맛은 아니다. 날것의 소고기에서 풍기는 그 특유의 육향이 없었다. 모르겠다. 바쁘고 손님이 몰리는 백화점 입점 매장의 특성 때문에 이런 음식이 나온 것일까? 아니면 그냥 정희 라는 브랜드의 음식은 이런 것일까? 확실한 것은 이 이름의 음식점을 다시 방문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조만간 성수동에 가서 진짜를 먹어봐야겠다.
정희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화로 134 타임빌라스 수원점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