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에 잠실 롯데월드몰에 일이 있어 나왔다 식사할 곳을 찾는데, 희한하게 이 곳만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 했다. 궁금해서 웨이팅 걸고 방문. 평양냉면 집인 것 같은데 메뉴 이름에는 '순면' 이라고 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평냉 계열인 것 같은데 면을 100% 메밀로 제면한다고 한다. 그래서 찰기가 전혀 없고 뚝뚝 끊어지지만 메밀 특유의 맛과 향이 더 잘 느껴진다고. 주문한 메뉴는 '서령 순면'과 '냉수반', 그리고 '항정 제육'과 '접시 만두'를 각각 절반 사이즈로 주문했다. 순면과 냉수반은 같은 육수에 면이냐 밥이냐의 차이로 보인다. 일단 국물 맛이 굉장히 깔끔하다. 목젖을 탁 치는 육수의 감칠맛이 상당했다. 이 국물과 100% 메밀면 두 가지만으로 꽉 차는 맛이다. 그 외에 약간의 오이와 계란 지단, 고기 두 점, 삶은 계란 반 개 정도의 단촐한 구성이라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돈 값을 하는 맛이라는 생각. 반면 냉수반은 확실히 본전 생각이 좀 나는 메뉴이다. 면이 땡기지 않아 밥으로 선택한 것인데, 차게 식힌 꼬두밥을 맛있는 육수에 말아먹는 딱 그 정도 맛이라.. 밥이 스르륵 풀어지는 밥이 아니라 상당히 씹는 맛이 살아있는 밥이라 맛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굳이 이 돈 주고?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다음에 방문한다면 나도 면으로 주문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메뉴 중 가장 훌륭했던 건 바로 항정 제육.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부위인데 그런 것 하나 없이 고소하고 담백했다. 같이 나온 무김치와도 잘 어울렸고 새우젓과도 합이 잘 맞았다. 다음에 오면 만두 빼고 이걸 한 접시 시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아주 맛있었다. 반면 만두는 특별함이 좀 부족했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맛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특히 안의 소가 많이 질었는데, 조금 더 식감과 질감이 살아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은 무채 김치가 하얗고 빨갛게 두 종류로 나오고 배추김치도 나오는데 하얀 무채 김치가 특히 새콤달달하게 맛이 강하고 나머지 둘은 맛이 좀 희미한 편이다. 쌈장은 맛이 자극적이고 새우젓은 적당한 짠맛이 깔끔하게 딱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반찬의 맛의 결이 한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 느낌이지만 나쁜 것은 아니다. 처음엔 날이 더워져서 냉면집에 사람이 많은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먹어보고 나니 웨이팅 걸고 먹을 만한 맛이라는 결론이다. 부모님 모시고 와서 먹기에도 좋을 듯 하고, 오늘 먹어보지 못한 다른 메뉴들도 궁금하다. 또 와야겠다.
서령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몰 6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