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동 먹고 집에 가는 길에 계획 없이 들른 곳. 마침 무화과 팥빙수를 팔고 있어 얼마 전 입었던 내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들러 주문을 해보았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중정과 같은 공간에 야외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는 예쁜 공간이 나온다. 이 공간을 안에 들어와야만 볼 수 있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문 너머로 순간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아주 정갈하고 깨끗하게 꾸며놓으셨다. 야외 테이블이 3개 정도, 안에도 테이블이 제법 적지 않은데, 공간 구조가 다채롭고 그 때문에 테이블 배치도 전형적이지 않아서 지루한 느낌이 없었다. 창밖으로 중정을 보고 앉을 수 있는 바테이블도 있었는데 내가 만약 일을 쉰다며 매일 여기 와서 이 자리에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너무 예뻤다. 주문은 무화과 팥빙수. 다른 건 주문하지 않았다. 메뉴가 준비되는 시간이 꽤 길었는데,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무화과 빙수를 맛볼 수 있었다. 깔끔한 우유 얼음 위에 너무 달지 않은 통팥과 무화과. 구성은 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곳의 팥빙수는 이 맛이 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그리고 얼음 아래에는 꿀에 재운 무화과를 심어두어서 맛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꿀에 절인 무화과를 위에 올리지 않은 것도 추구하는 바가 명확한 이유 중 하나인데,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단 맛에 혀가 마비되어서 무화과와 팥과 우유 얼음의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 사장님은 그렇게 하지 않고 마치 디저트 안의 디저트처럼 가장 마지막에 이걸 맛볼 수 있게 배치를 해두셨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건데, 그 기본이 안된 걸 접한 후이다 보니 이것조차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공간의 색감과 톤이 상당히 정갈하고 깨끗하다. 벽의 하얀 페인트에는 흔한 발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고 나무 자재도 색의 톤을 최대한 일정하게 맞춰서 신경 쓴 게 보였다. 가장 압권은 중정 테이블의 파라솔인데, 천으로 된 덮개를 씌워놓으셨는데 이게 너무 깨끗한 것이다. 보통 관리가 힘든 것이 아닐 것인데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공간의 톤이라는 것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음식을 만들고 대하는 태도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고 정중했다. 빙수가 나오기 직전 사장님이 카운터 앞 문을 열어주셨는데, 그 작은 서비스가 나에게는 큰 울림이 있었다. 정중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은 이 서비스 톤은 배울만 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자주 찾고 싶은 곳이다. 커피도 마셔보고 싶고 케잌도 먹어보고 싶다. 요즘 같이 미세먼지도 없고 바람이 선선해서 좋은 날에, 이런 좋은 곳을 더 많이 찾고 싶다.
플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2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