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 7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평양냉면은 이제 서울 음식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소고기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섞은 슴슴한 맛의 육수와 뚝뚝 끊기는 메밀면 그리고 가위질이나 겨자 식초 더해 먹는 것을 금기시하다시피하는 남쪽의 평양냉면과 달리 요즘 매체에서 실제 평양의 냉면은 까만 빛깔의 면발을 젓가락으로 들어올려 바로 식초 겨자를 더해 먹는 모습으로 등장해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음식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분단과 전쟁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남쪽과 북쪽의 냉면 사이에 차이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요즘 새롭게 문을 여는 평양냉면 집 중에는 이와 같은 추세를 반영하는 곳들이 많다. 설눈, 양각도, 동무밥상 등 이전까지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슴슴한 냉면과는 궤를 달리하는 특색 있는 냉면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집 또한 가장 최근의 북한 평양냉면 트렌드를 만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기존 평양냉면과는 많은 면에서 다른 점이 느껴진다. 국물은 소, 돼지, 닭 육수를 더해 복합적인 묘한 육향이 느껴진다. 슴슴한 맛과는 거리가 멀다. 굉장히 자극적이다. 면발 또한 검은 빛이 돈다. 툭툭 끊기는 식감은 아니지만 걱정과 달리 함흥냉면이 생각날 정도로 완전한 탱탱면은 아니다. 반찬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보통 평냉집에서 무나 김치 하나씩은 함께 나오고는 한다. 반찬이 냉면 맛에 비해 튀는 경우가 많아 내 경우 몇 번 집어 먹다가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집은 강한 맛의 냉면처럼 반찬의 간도 굉장히 세다. 물김치와 콩나물 무침 모두 반찬만 먹어도 좋을 정도로 자체의 맛과 감칠맛이 있다. 냉면과 함께 먹을 때도 어느정도 어울리는 모습을 보인다. 냉면 먹으며 반찬 두 그릇도 다 비운건 처음인 것 같다. 평냉원리주의자는 평냉이라 인정하기 싫어할 냉면이다. 그러나 이 모습이 현재 평양의 냉면에 가장 닮아 있는 냉면이라 한다면 평냉이라는 음식에 대해 보다 관대한 기준을 적용해 볼 필요도 있겠다. 평양냉면을 좋아한다면 공항에서 뜨지 않는 평양행 비행기 대신 평양행 버스에 올라 이 집에서 21세기의 평양냉면을 맛보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
안영자면옥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4로 22 파인스퀘어 A동 1층 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