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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A
추천해요
2년

1972년부터 비엔나 커피 전문점을 표방하는 명동의 커피집. 한 옷가게 위의 2층에 위치했는데, 의외로 꽤 넉넉한 공간이 두 층 더 있었다. 엄마가 젊은 시절 열심히 다니셨다며 데리고 가 주셨다. 6~70대의 분들도 꽤 계셨기에, '오래가게'의 티가 났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우리 자리에 와서 주문받는 점이 신기했고 낯설었다. 그냥 내가 가서 결제하고 그러는게 너무 습관이 되어있어서, 조금은 죄송하기까지 했다 ㅋㅋㅋ 명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차분하고 여유 가득한 공간이었다. 통창으로 보이는 뷰는 건너편 건물이었지만 햇살이 맘껏 들어와 따스했다. 강화도 쯤 되는 곳, 고즈넉한 펜션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공간의 느낌을 받았다. 비엔나 커피, 스위스 모카 라떼, 아이리쉬 커피를 마셨다. 평소 커피를 잘 안 마시는 편이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티를 마시면 손해일 것 같았다. 요즘 '한 꾸덕'한다는 아인슈페너 집의 크림보다 탄탄한 크림을 맛볼 수 있었다. 오래도록 녹지도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게 기특할 정도였다. 비엔나 커피에는 시나몬 파우더가 올라간 게 신기했다. 스위스 모카라떼에는 코코아 파우더가 뿌려있었고 모카 라떼라고 하기에는 바닐라의 향의 많이 강했다. 아이리쉬 커피는 잔 둘레로 설탕이 묻혀있었다. 커피와 함께 주신 티스푼으로 그 탱글한 크림을 떠먹어 가며 마시니 순삭이었다. 명동에 이런 오래된 카페가 몇 곳이나 더 남아있을까. 엄마가 말씀하신 근방의 다른 카페 몇 곳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았다. 명동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킨 이 카페의 주변이 너무 변해서 이제는, 오히려 이색적인 카페가 된 것 같다.

가무

서울 중구 명동4길 16 2층